[브레인 셀럽] 과학자가 경험한 명상의 힘

[브레인 셀럽] 과학자가 경험한 명상의 힘

한국뇌과학연구원 양현정 부원장

브레인 114호
2026년 03월 31일 (화)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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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의 다양한 이슈를 ‘뇌’의 관점에서 풀어보는 브레인셀럽. 

이번 호에 초대한 브레인 셀럽은 재단법인 한국뇌과학연구원 양현정 부원장입니다.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통합헬스케어학과 학과장을 겸임하고 있는 양현정 교수는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기초과학 분야의 경험을 쌓았고, 이후 뇌신경과학, 명상의 과학적 기전, 분자신경생물학 분야의 연구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 한국뇌과학연구원 양현정 부원장


명상에 관한 과학적, 의학적 접근

명상에 관한 연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습니다. 명상을 과학적, 의학적으로 연구한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허버트 벤슨 박사는 1960년~70년대에 고혈압 환자들이 명상을 했을 때 혈압이 감소하는 효과를 발견하였고, 이를 이완 반응에 따른 효과로 해석했습니다. 80년대에 들어서는 존 카밧진 박사에 의해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이 개발되면서 명상 연구가 임상 현장으로 더욱 확산되었습니다. 

그리고 90년대 말,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에 현 국립보완및통합건강센터(NCCIH)의 전신에 해당하는 기구가 생기면서 명상 연구를 학술적으로 심도 있게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고, 이에 따라 명상에 관한 학술적 연구 성과가 많이 나타나게 됩니다. 

▲ [사진=게티이미지]

우리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 중 청소년을 대상으로 3주간 명상 훈련을 하고 그 효과를 측정한 것이 있는데, 명상을 한 그룹과 그냥 휴식을 취한 그룹을 3주 후에 비교했을 때 명상을 한 아이들의 인지 기능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 그 아이들의 뇌파를 통한 에너지 소모량 측정에서 인지 기능이 좋아질수록 뇌의 에너지 소모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뇌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명상 분야의 연구는 명상이 뇌파, 심박 변이도, 호르몬, 유전자 발현, 정서 인지에 미치는 영향, 명상 훈련 기간과 뇌 기능 변화와의 상관관계 등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몸은 아픈데 진단이 나오지 않아 시작한 명상

기린의 키는 성체의 경우 약 4~5미터 정도라고 합니다. 기린이 초원에서 저 멀리 나타난 사자를 보고 도망가는 경우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기린의 눈으로 들어온 이 시각 정보가 뇌로 전달되면 뇌는 빠르게 도망가라는 신호를 내려보내겠죠. 이 과정은 아주 순식간에 이루어져 기린은 반사적으로 뛰기 시작합니다. 

머리에서 다리까지의 거리가 수 미터에 이르는 기린 같은 동물이 정보 처리를 순식간에 할 수 있는 것은 뇌 신경세포가 미엘린(수초)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엘린은 신경세포의 축삭을 감싸는 지방질로 구성된 절연체입니다.

인간의 신경세포도 미엘린 구조 덕분에 뇌와 몸의 정보 전달이 빠르게 일어납니다. 뇌는 되도록 효율적으로 기능하려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많이 사용하는 신경 네트워크는 더 많은 미엘린을 생성해 정보 전달 속도를 높이는 작용이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초보 운전자가 처음 운전대를 잡으면 매우 서툴지만, 운전을 계속하다 보면 익숙해져서 거의 반사적으로 운전을 하게 됩니다. 운전할 때 활성화하는 신경 네트워크에 포함된 신경세포들의 미엘린 구조가 강화된 것이죠,

명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명상 훈련을 꾸준히 하면 미엘린 작용에 의해 뇌 기능이 더 효율적으로 변화합니다. 제가 예전에 일본에서 공부하면서 10년을 살았는데, 낯선 타지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트레스가 몸에 쌓였던 것 같습니다. 

결국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갔지만 여러 가지 검사를 해도 진단이 나오지 않았어요. 의사 선생님도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 거 같다’고만 하셨죠. 그래서 달리 치료 방법이 없어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명상을 처음 접하면서 정말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숨을 편하게 쉬는듯했고, 그 느낌이 아직까지 강렬하게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 [사진=게티이미지]

명상을 하면서 겪은 변화

명상 훈련을 꾸준히 하면서 개인적으로 경험한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인가 생각해 봤습니다. 첫 번째는 정서를 조절하는 능력이 과거에 비해 좋아졌다고 느낍니다. 몸이 아팠던 원인도 정서 조절이 안 됐던 것과 관련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울감이 상당히 컸고, 그것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 몸이 아팠던 것인데 당시에는 이를 알지 못했죠. 명상 훈련을 하면서 스트레스 관리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우울감과 함께 신체 증상이 차츰 사라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두 번째는 큰 스트레스로 느낄 수 있는 상황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힘이 생기면서 현실에 대처하는 능력이 향상되었습니다. 우리가 어떤 일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이유는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인데, 일단 상황을 인정하고 나면 오히려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쪽으로 생각을 전화하게 됩니다. 

세 번째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감각이 생기면서 일상에서의 만족감과 감사함을 더 많이 느끼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명상을 연구하면서 종종 ‘명상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데, 저는 ‘지금 이 순간에 의식을 두는 뇌 훈련’이라고 답합니다. 

지난 일을 생각하며 후회하거나 원망하고, 미래를 불안해하는 등 이리저리 떠도는 마음을 붙잡아 지금 이 순간에 머물게 하면, 실체 없는 감정이 일으키는 동요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명상의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치료에 명상이 유용한 도구로 활용됩니다.

명상은 뇌를 관리하는 기술

현대인들이 명상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끝없이 경쟁을 부추기는 환경에 노출되면서 몸과 마음이 지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몸과 마음을 휴식하며 회복하고 재충전할 필요를 느끼는 것이죠. 

명상이 뇌를 관리하는 기술이라고 한다면, ‘명상을 언제 시작하는 것이 좋은가’라는 질문은 ‘뇌를 언제부터 관리하는 것이 좋은가’라는 질문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뇌를 언제부터 관리하는 것이 좋을까요? 당연히 어릴 때부터 관리하는 것이 좋고, 또 평생에 걸쳐 관리를 해야겠죠.

청소년기는 평생에 걸쳐 사용하는 뇌의 기본 틀을 형성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스트레스 관리는 청소년기에 특히 익혀야 하는 중요한 감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상 훈련을 통해 불안을 줄이고 자신의 감정을 관찰하면서 정서가 안정된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은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를 위해서도 매우 필요한 일입니다. 

이미 성인이 되어버렸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성인도 명상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24년 12월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20퍼센트 넘는 인구가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또한 65세 이상의 인구 10명 중 한 명은 치매 같은 인지장애 증상을 겪고 있습니다. 치매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진단받기 25년 전부터 이미 뇌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85세에 치매 진단을 받았다면 60세부터 뇌에 변화가 시작됐다는 의미죠.

명상은 노화를 지연시키고 우울감, 외로움, 고혈압 등 치매의 여러 위험 요소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중장년기의 나이에 시작하면 충분히 그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혈액 세포의 DNA에서 후생 유전 수식을 읽고 이를 활용해 신체 나이를 계산했습니다. 

연구 결과, 52세 이전의 사람들은 명상 수행을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신체 나이에 별 차이가 없었고, 52세 이후에는 명상을 한 사람의 신체 나이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중년 이후에는 명상에 의한 노화 지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죠. 중년은 노화가 가속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명상의 노화 지연 효과가 특히 잘 나타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또한 뇌 영상 분석을 통해 뇌 나이를 계산한 연구에서는 평균 나이 51세인 두 그룹 중 명상을 한 그룹의 뇌 나이가 7.5년 감소해 있었습니다. 명상 훈련이 뇌 노화를 늦춘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죠. 
 

▲ [사진=게티이미지]


최고령층에게도 유용한 뇌 훈련

그럼 70~80대 또는 그 이상의 연령층은 명상을 시작해서 효과를 보기에 늦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뇌는 경험에 따라 변화하는 특성인 뇌 가소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성인이 되면 뇌는 변화하지 않는다고 여겼지만, 현대의 신경과학은 평생에 걸쳐 뇌가 가소성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뇌의 변화하는 특성은 우리가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도 지속됩니다. 

80대에도 뇌 가소성이 활발하게 유지되어 새로운 학습을 진행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최고령층도 명상을 통해 정서 안정, 주의력, 삶의 질 개선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죠.

명상은 어느 연령대에서든 신체, 정서,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뇌 훈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방암 방사선 치료를 받는 환자는 명상 훈련으로 피로와 불안이 감소했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사람은 우울, 불안, 스트레스 장애 점수가 개선되었습니다. 

명상을 꾸준히 하면 집중력과 자기 조절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두꺼워지고 기억과 감정을 다루는 해마의 밀도가 높아집니다. 또 부정적 경험이나 감정을 반복해서 떠올리는 것을 덜 하게 되고, 차분한 마음으로 현재에 머물 수 있게 됩니다. 

의식을 현재에 두는 모든 행위가 명상

당뇨 환자에게 명상이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연구도 많이 진행되어 있습니다. 명상은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로 인해 증가하는 혈당을 떨어뜨립니다. 이처럼 명상이 질환 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만병통치 수단은 아니므로 각자의 상황과 환경에 맞춘 적절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명상은 단지 마음만 편안해지는 것이 아니라 뇌의 구조와 기능 자체를 바꾸는 훈련입니다. 일상생활 중에 의식을 자신의 내부로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명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명상의 여러 방법 중 ‘열린 관찰 명상’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명상입니다. 다만 이를 객관적인 관찰자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데, 처음에는 오히려 떠오른 생각이나 감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럴 때는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의식적으로 깊은 호흡을 하면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해 정서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맨발 걷기를 할 수 있는 곳에서는 발바닥에 집중해 걷기 명상을 해도 좋습니다. 차를 마실 때는 차의 향기와 온도, 차를 마시는 자신의 움직임에 집중하면서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감각을 깨웁니다. 이처럼 의식을 현재에 두는 모든 행위가 명상이 될 수 있습니다.
 

▲ [사진=게티이미지]

명상을 얼마나 해야 효과가 있을까?

사람에 따라서 멍때리기가 명상이 되는 사람도 있고, 그냥 잡념에 빠져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할 겁니다. 잡념에 빠진 경우에도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연습을 자꾸 하다 보면 내부로 집중하는 힘이 길러집니다. 명상을 하다가 잠이 들 수도 있는데, 이 또한 좋은 휴식으로 받아들이고 다음에 명상을 다시 시도하면 됩니다.  

명상을 얼마나 해야 효과가 있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 10분~20분 정도만 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짧은 시간의 명상만으로도 집중력이 좋아지고, 스트레스나 불안이 줄어드는 것이 관찰됐는데, 중요한 것은 짧게라도 자주 하는 것입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몰아서 한 시간 하는 것보다 매일 10분씩 꾸준히 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그럼, 명상의 효과를 뚜렷이 느낄 수 있는 훈련 기간은 얼마나 될까요? 임상 연구에서는 8주 프로그램을 많이 사용하는데, 두 달 정도 꾸준히 하면 몸과 마음의 변화를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3개월이나 6개월 이상 꾸준히 하면 뇌의 구조 자체가 변화한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한 연구 결과에 근거해 하루 10~20분, 주 5일씩 8주 이상 해보기를 권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명상에 익숙해지면 일상의 더 많은 순간을 활용해 명상을 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한다면 특별히 더 긴 시간을 내어 명상을 체험할 수도 있을 겁니다.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에 대처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힘을 기르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운다면 삶의 질을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명상은 지금 이 순간 의식이 깨어 있게 하는 감각 훈련입니다. 우리가 건강하고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기 원한다면 깨어 있는 순간을 늘려가야 합니다. 명상이 그것을 도울 것입니다. 

정리ㅣ《브레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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