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직장인들의 폭풍 공감을 얻은 드라마 <미생>은 유독 옥상 장면이 잦았다. 상사에게 깨지고, 거래처에서 물먹고, 옆 팀과 경쟁에서 고배를 마실 때, 장그래가, 김 대리가, 오 차장까지도 숨 막히는 사무실을 벗어나 오로지 속마음을 내보일 수 있던 유일한 곳이었다.
피하고 싶지만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그런 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옥상을 찾는 것뿐일까?
전문 인터뷰어인 저자 아가와 사와코는 다양한 사람들과 인터뷰하며 의문이 들었다. ‘지금 젊은이들은 이런 일로 고민하고 있구나.’ ‘왜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렇게 쉽게 상처받지?’ 상대적으로 아랫사람을 어떻게 혼내야 좋을지 고민하는 상사들 또한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가정과 사회에서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와 취재해 온 수많은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잘 혼나고 잘 혼내기 위한 노하우를 말한다. 쉴 새 없이 혼났던 경험을 부끄러워하며 풀어놓는 저자의 글은 아는 언니, 옆집 누나처럼 친근하다.
혼나는 것도, 혼내는 것도 어려워요
혼내는 일은 사실 성가신 작업이다. 자신의 아들딸도 아닌 타인을 야단치고 호통하며 꾸짖는다. 그리고 밥과 술을 사 주면서 격려하고 위로한다. 당근과 채찍을 반복하면서 시간을 들여 제 몫을 다하는 사회인으로 키우는 것이다. 많은 시간과 노력, 돈이 드는 일이다. 그래서 마음이 없으면 혼도 내지 않는다.
엄격하게 혼나면서 자라 온 기성세대들에 비해 야단맞은 경험이 적고 비교적 자유롭게 자라 온 지금 세대. 서로가 어떻게 자라왔는지 어떤 경험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서툰 방법으로 소통하거나, 정작 혼내야 하는 순간에 타이밍을 놓치거나, 혼이 나도 왜 혼이 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 한다.
중요한 것은 혼나거나 혼내는 자리가 과거의 실수를 추궁하거나 상처 주기 위한 시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떤 문제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는지, 그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혼나는 사람이 깨닫고 생각과 행동의 틀을 깨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혼나는 시간은 자신의 성장을 위한 소중한 가르침의 시간이고, 혼내는 시간은 후배를 동기 유발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혼내 주는 어른을 하나둘씩 잃는다. 그리고 언젠가 아무도 자신을 혼내 주지 않을 때가 온다. 지금 혼내는 이의 본심을 듣자. 그에게서 무엇을 얻을지는 당신의 몫이다. 특히 혼나는 일도 많고 곧 혼낼 일도 많아질 사회초년생들과 직장인들에게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글. 김보숙 기자 bbosook7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