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의 기본은 '효'에서 시작된다"

"인성의 기본은 '효'에서 시작된다"

[1가정 1가훈 이야기 ] 성배경, 오숙녀 씨 가족

‘2015년 인성코리아’ 캠페인을 전개하는 브레인미디어는 인성의 뿌리인 가정의 의미를 돌아보고 가족 공동체의 중심 가치를 찾기 위해 ‘1가정 1가훈 운동’을 펼치고 있다. 가훈에 담긴 소중한 의미를 통해 인성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가족들을 만나본다.

단군 조선 이전부터 내려온 한민족의 경전 '참전계경'에 보면 ‘효’에 대한 가르침이 나온다.  "안은 화지야오 충은 심곡야라(安 和之也, 衷 心曲也)" 

내용인즉 "사람의 자식이 되어 부모의 마음을 ²편하게 하고 기쁘게 하며, 부모의 마음을 먼저 알아 드리면 상서로운 구름이 집안에 감돌고, 상서로운 기운이 하늘까지 뻗친다"라는 말이다. 나를 낳아주신 부모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는 것은 인성의 기본이다. 
  
91세 된 아버님을 모시면서 생활 속에서 ‘효’를 실천하고 있는 서울 방배동의 성배경 씨 가족을 만났다. 성배경 씨(61세)는 30년 넘게 공무원 생활을 했고, 지금은 서울국학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학원은 한민족의 중심철학인 홍익정신과 효충도 정신을 보급하는 국민 인성교육기관이다.   

▲ 성배경 씨의 가족 (왼쪽부터 성배경 씨, 아버지 성태영 씨, 아내 오숙녀 씨, 처고모 오순자 씨)

매일 아침 7시 반이면 아버지와 아들, 며느리 가족은 함께 식사를 한다. 가까이 살고 있는 고모 오순자 씨도 함께 식사하러 온다. 아버지는 91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하시고 목소리도 또렷했다. 농부였던 그의 아버지는 새벽이면 농사지으러 밭에 나갔다. 그리고 장남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는 자식 교육을 위해 서울로 상경해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했다. 이제는 아들 셋이 잘 자라서 각자 분야에서 전문적인 인재로 성장했다.  
 
아버지는 건강관리도 철저하게 하신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수련을 아시고 산책을 하시는 아버지를 따라 성배경 씨도 새벽에 일어나 절수행을 하고 체력을 단련한다. 그는 집안에 어른이 계시고 안 계시고는 천지 차이라고 말한다.  
 
“아버님은 항상 ‘사람은 근본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세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버님의 하루 일과가 근본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가르침입니다. 집안에 어른이 계시고 안 계시고는 완전히 다릅니다. 어른이 없으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하지만, 어른이 계시면 항상 지켜보시니까 정성스럽게 행동하고 깨어있을 수밖에 없어요.”
 
이 집의 가훈은 ‘홍익(弘益) 이화(理化)’. 홍익은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라’, 이화는 ‘이치대로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더불어 이롭게 하는 생활 속에서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아가듯, 가정도 이치대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맏며느리 오숙녀 씨(57세)도 시아버님을 정성스럽게 모신다. 성배경 씨 집안은 아들 3형제에 며느리가 셋이다. 첫째 며느리가 오씨, 둘째가 이씨, 셋째가 박씨, 합쳐서 ‘오이박 며느리’인데 그렇게 사이가 좋다고 한다. 오이박 며느리들이 집안의 대소사를 수월하게 풀어나가는 모토는 ‘정성을 다하여 받들어 섬긴다’이다.  
 
부모의 역할은 자녀의 양심을 밝혀주는 것
 
성배경 씨는 두 자녀를 키우면서도 올바른 인성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일이 있을 때, 무조건 엄마 아빠가 해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자기가 선택한 거에 대해서 책임지도록 했다. 아버지의 건강하고 바른 생활은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귀감이 되었다. 그는 아들이 대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정신 수양을 위해 일부러 여행을 다녀오라고 권했다.

“대학생이 된 아들이 반찬 투정을 하는 걸 보고 ‘내가 얘를 너무 온상에서만 키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가정을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깨우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 달 정도 집을 떠나 생활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죠. 내 안에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자식의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확신했습니다.”

돈도 없이 여행을 시작한 아들은 고생도 많이 했지만, 그 후 가정의 소중함과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 부모들은 자식을 남보다 더 성공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저마다 해외로 유학을 보낸다. 봉급을 다 털어서 공부시키고 부인까지 아이를 따라 가버리면 아버지들은 홀로 외로운 기러기 신세가 된다. 하지만 자식은 아버지한테 ‘감사합니다’는 말 한마디 할 줄 모른다. 

이런 요즘 세태에 대해 성 씨는 “부모가 자식의 욕심만 키워줬지 양심을 밝혀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모로서 자식한테 제대로 존경을 받으려면 양심을 키워주어야 합니다. 물질적인 성공보다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키워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입니다.”라고 강조했다.

▲ 아버지의 어깨를 활공해드리는 훈훈한 부자지간의 모습

새해가 되면 이들 가족은 콘도를 한군데 빌려 집안 잔치를 한다. 50명 넘는 온 집안 식구들이 함께 모여 윷놀이나 장기 자랑을 하면서 왁자지껄 어울린다. 윷놀이는 장남인 성배경 씨가 조카들에게 용돈을 주기 위해 벌이는 놀이판이다. 수고를 한 오이박 며느리들은 어른들께 칭찬을 듣고, 가족 간에도 서로 칭찬해주기를 하면서 즐겁게 어울린다.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부모에 대한 효심이 사라지고 형제자매지 간에도 우애도 흩어지고 있다. 그러나 성배경 씨 가족에게는 부모에게 정성을 다하는 ‘효’의 가르침과 가족 간의 끈끈한 믿음과 사랑이 있었다. 

글, 사진. 김보숙 기자 bbosook7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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