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뇌암 ‘교모세포종’의 성장 스위치 끄는 치료법 찾았다

난치성 뇌암 ‘교모세포종’의 성장 스위치 끄는 치료법 찾았다

뇌종양 증식을 일으키는 핵심 단백질 ‘NMUR2’의 작용 원리 규명

대표적인 난치성 뇌암인 교모세포종의 성장을 억제하는 표적 단백질과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약물 후보물질을 찾아냈다. 기존 치료제에 저항성이 생겨 재발하던 뇌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의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권석윤, 이하 생명연) 바이오신약중개연구센터 한태수 박사(UST 생명과학 전공 교수) 연구팀은 교모세포종 세포의 증식을 유발하는 중요 스위치인 핵심 단백질(NMUR2, 이하 핵심 단백질)을 발견하고, 이 스위치를 차단해 암 성장을 억제하는 전략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 한태수 박사 연구팀 [사진=생명연 제공]

뇌에 발생하는 악성종양 중 가장 흔하고 치명적인 교모세포종은 진행 속도가 빠르고 재발률이 매우 높은 난치성 질환이다. 현재는 테모졸로마이드(TMZ)라는 화학 항암제가 표준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지만, 환자의 과반수에서 암세포가 약에 내성을 갖게 되어 결국 다시 재발하는 문제가 지속되어 왔다.

연구팀은 환자의 뇌암 조직 데이터를 분석하던 중, 정상 뇌 조직에 비해 암 조직에서 핵심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악성도가 높은 암일수록 이 단백질의 양이 늘어났다. 암세포에서 핵심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늘리자 암세포가 더 빠르게 자라고 주변으로 활발하게 이동했다. 반대로 이 단백질을 줄이자 암세포의 증식이 현저히 떨어졌다. 

핵심 단백질은 암세포 내부의 신호 전달 과정을 거쳐 칼슘 이온을 방출시키고, 이 신호가 STAT5 단백질을 활성화하여 세포 분열을 촉진하는 유전자(PIM1, FOXM1)들을 계속 작동시킨다는 사실을 밝혔다. 즉, 핵심 단백질이 암세포를 끊임없이 분열하게 만드는 일종의 ‘시동 스위치’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스위치를 끌 수 있는 약물을 찾기 위해 약 6,331종의 약물 라이브러리를 하나하나 탐색한 결과, 특정 물질(NNC 05-2090, 이하 특정 물질)이 핵심 단백질에 강력하게 결합하여 신호 전달을 완벽히 차단한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약물 재창출 전략을 활용했다. 

기존 신약개발은 일반적으로 10~15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지만, 약물 재창출은 이미 안전성 및 약리 정보가 축적된 기존 화합물에서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찾기 때문에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핵심 단백질은 세포막에 위치해 약물이 접근하고 활성을 조절하기 용이한 G 단백질 결합 수용체(GPCR)로, 이러한 약물 재창출 전략을 적용하기에 적합한 치료 표적이다. 특정 물질을 교모세포종 세포와 뇌암을 유발한 생쥐 모델에 투여한 결과, 암세포의 신호 체계가 꺼지면서 세포 분열이 멈추고 암 크기가 크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기존 항암제인 테모졸로마이드(TMZ)와 특정 물질을 함께 투여했을 때 단독 투여보다 훨씬 뛰어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입증했다.
 

▲ 교종의 새로운 치료표적 NMUR2 규명과 억제 후보물질 발굴 ※ AI에 의해 생성된 이미지 [그림=생명연 제공]

이번 연구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핵심 단백질의 뇌암 유발 기전을 명확히 규명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 항암제와 함께 사용하여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병용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세포분열 과정의 여러 단계를 각각 막는 대신, 그보다 앞에서 성장 명령을 전달하는 핵심 단백질 자체를 차단함으로써 여러 암 성장 신호를 동시에 낮출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책임자인 한태수 박사(U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교모세포종의 악성 증식을 유발하는 새로운 원인을 밝혀내고,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약물 가능성을 검증한 성과”라며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뇌혈관 장벽 투과력을 높이고 약물 전달 체계를 개선한다면 뇌암 환자들에게 실제 적용할 수 있는 혁신 신약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태수, 김장성, 반현승, 김선규 박사(UST 교수)가 공동교신 저자로, UST 노유나 박사과정생이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인 International Journal of Biological Sciences 온라인판에 7월 30일 게재되었다. 이번 성과는 과기정통부ㆍ한국연구재단 사업 및 생명연 주요사업ㆍ전략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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