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일산병원 김동억 교수(뇌졸중 중점연구소 소장) 연구팀은 뇌경색과 치매의 위험을 높이는 만성 뇌 백질변성의 악화가 환자에 따라 다른 시공간적 진행 경로를 따른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연구팀은 미국 USC 김호성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한국인 뇌졸중 환자 1만 명과 영국 정상인 4만 명의 뇌 MRI를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뇌신경혈관계 노화의 주요 지표 중 하나인 백질변성이 ① 전두-두정엽 중심형 ② 방사형 확장형 ③ 측두-후두엽 중심형의 세 가지 다른 경로로 진행할 수 있음을 규명했다.
특히 여성과 고혈압 환자에서는 뇌백질병변이 전두-두정엽 방향으로 진행하는 경향을 보였고, 남성과 심방세동 환자에서는 측두-후두엽을 중심으로 한 진행 양상이 두드러졌다.
방사형 확장형은 가장 흔한 진행 형태였다. 주목할 점은, 현재 MRI에서 관찰되는 백질변성 소견만으로도 향후 진행 패턴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백질변성 진행 경로 예측 뇌지도 [사진=동국대학교 일산병원]
뇌 백질변성 진행 경로에 따라 뇌경색 환자의 예후가 달라진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전두-두정엽 중심형은 급성 뇌경색 발병 후 1년 내 뇌경색 재발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측두-후두엽 중심형은 뇌경색 후 뇌출혈 부작용으로 인한 증상 악화가 더 흔하고 예후가 더 나빴다. 방사형 확장형은 뇌경색 후 급성기 악화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흥미롭게도 건강한 일반인에서도 동일한 세 경로가 확인되었으며, 일반인의 대부분은 뇌백질 변성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연구팀은 본 뇌지도가 정상인의 뇌졸중 발병 위험 예측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후속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본 논문의 제1저자인 정진용 박사는 “의료 AI 전문기업 제이엘케이(JLK)와 협력하여, 뇌 백질변성의 진행 경로를 예측하는 뇌지도를 환자 진료와 건강검진에 적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라고 말했다.
연구책임자인 김동억 교수는 “노화나 허혈 손상 등으로 악화되는 뇌백질 변성이 시공간적으로 예측 가능한 세 가지 경로 중 하나를 따른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며, “개인별 진행 경로를 파악함으로써 향후 뇌졸중이나 치매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고, 맞춤형 예방 전략 수립이나 치료 방침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 연구는 교육부(대학중점연구소사업), 과기부(바이오 연구 데이터 활용기반 조성사업), 그리고 한국연구재단(중견연구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 게재되었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