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오로지 자기의 ‘실천 이성’에 따라 도덕적 선택 능력을 갖는다면 우리는 자유의지를 얻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스스로 도덕 법칙에 복종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따를 법칙을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군요, 결국 저나 또는 제 내면에서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야비하게 굴면 안 된다고 말하는 거군요.”
“너에게 비록 해롭더라도 스스로 야비하게 굴지 않겠다고 마음먹으면 너는 자유로운 거야.”
“어떤 경우든 사람이 자기의 쾌락만 추구한다면 자유롭거나 독립적인 게 아니군요.”
“사람은 모든 것의 노예가 될 수 있단다. 심지어 이기주의의 노예가 될 수도 있지. 쾌락과 악덕을 극복하는 데에도 바로 독립성과 자유가 필요하지.”
- 중략 -
“우리를 사람답게 하는 것이 바로 자유야.”
요슈타인 가아더 《소피의 세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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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주체적이고 총체적인 기능, 자아
우리는 현실과 교류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개인의 인격을 ‘자아’라고 부른다. 주관적 측면에서 자아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자신의 동질성과 연속성을 자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객관적으로는 심리적, 사회적으로 자신과 관계된 집단과 일치성을 가지는 것을 자아라고 한다. 또 다르게 표현한다면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신의 독자적 감각이며, 일정한 대상이나 집단 속에서 공통된 가치관을 공유하고 자신의 역할을 달성하여 갖게 되는 자존감이다.
자아는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시간의 경과와 유동적인 대인관계 속에서도 자신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안정성’, 그리고 자신의 인생 목표가 무엇이며 그에 따른 행동의 방향과 자신의 요구가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인식하는 ‘목표 지향성’이다. 뇌의 관점에서 보면 자아는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목표를 향해 효율적으로 행동하기 위한 뇌의 주체적이고 총체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나만의 스타일로 자아의 수준을 높인다
매순간 의사결정을 하고 미래를 계획하며 행동을 통제해야 하는 인간의 생존 과정에 인간이 자아 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의사결정에서는 선택과 대치 그리고 자유의지 등의 자아 기능이 발휘된다. 또한 자아는 외부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의 통제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의 내적 통제도 가능하다. 내적·외적 현상을 처리하는 자아 기능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우리의 자아가 붕괴되지 않도록 막아주고 자기 항상성을 유지하며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자아는 세 단계로 수준을 구분할 수 있다. 가장 기초인 하위 단계는 경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단계로, 자기 중심적인 상태에서 경험의 표현을 결정한다. 중간 단계는 좀 더 정교한 단계로 자기 인식이 가능하여 반성적 자아라고도 한다. 가장 복잡하고 섬세한 단계인 최종 단계는 개인적인 요소 및 사회적인 요소까지 포함한다.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과 습관 그리고 개인의 역사들로 구성되는데, 흔히 말하는 자기 이미지나 자존감이 이 단계에 해당한다(Parnas & Handest, 2003).
뇌의 주체인 자아, 뇌에서 비롯되다
자아 기능이 효율적으로 수행되지 못하는 상태인 자아 기능 장애는 정신의 붕괴를 의미한다. 이는 정신분열증에서 보이는 ‘자아의 장애’에서 흔히 나타난다. 지휘자 없는 교향악단으로도 비유되는 의식의 부조화는 정신분열증의 핵심적인 특징이다(Kraepelin 1896, 1913). 이 장애는 자아 경계의 소실로 인한 것으로 자아의식이 급속도로 심각하게 손상된 정신분열증 환자일수록 적절한 방어와 대처를 하지 못하고 기능이 손상된다고 한다(Scharfetter,1981).
독일 심리학자 클로스테르쾨터Klosterkotter 교수와 동료 연구가들은 정신분열증 환자들이 장애 초기에 정서, 인지, 지각, 운동 및 신체에서 보이는 기본 증상들을 연구·발표하였는데, 자아 경험의 이상과 관련된 증상이 세 가지나 포함되어 있었다. 이 연구 결과는 정신 장애에 있어서 자아의 기능이 얼마나 핵심적인 요소인가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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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윤선아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뇌교육학과 교수, 인지과학연구소장 |
뇌의 주체인 자아는 잘 사용하면 자신이 세운 목표를 성취해나갈 수 있는 자유의지와 능동성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잘 사용하지 못하면 정신이 붕괴되어 자아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에까지 이를 수 있다.
뇌의 주체이면서 동시에 뇌에서 비롯되는 자아는 그 건강한 사용법도 뇌에서 찾을 수 있다. 자아를 담고 있는 뇌의 중요성을 알고 자유의지 속에서 능동적으로 정보와 행동을 선택할 때, 우리 자아는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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