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과학계를 비롯해 미래 연구학자들은 IT를 시작으로 한 20세기 기술혁명은 21세기 초 BT, NT를 거쳐 결국 뇌융합 시대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뇌융합은 아직 명확한 정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뇌에 대한 과학, 의학, 공학, 정보기술 등의 기술융합에서부터 교육, 문화 영역 등과의 융합, 미래 생활양식의 변화에까지 광범위하다. 하지만, 21세기 뇌의 시대를 기점으로, 향후 새롭게 대두될 뇌융합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 분명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차대한 문제가 있다. 바로 뇌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이 그것이다.
뇌철학을 바탕으로 한 뇌융합이 필요
철학이 있어야 융화가 될 수 있다. 뇌를 어떻게 인식하고 활용할 것인가, 뇌는 인간에게 있어 어떠한 존재인가, 뇌과학을 통해 밝혀내고 있는 뇌에 대한 과학적 사실로부터 우리는 어떤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뇌는 인체의 총사령탑이자 인간의 사고, 행동의 근원지이기에 이런 문제는 더더욱 중요하다. 뇌를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활용하고 개발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인문학적 탐구가 있어야 올바른 방향으로 뇌융합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며, 수많은 영역과의 통합과 이로 인해 발생할 문제점들을 조화롭게 융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뇌를 가지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는 잘 모른다. ‘상상하는 것은 모두 이루어진다’는 인간의 무한한 창조 능력을 어떤 목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에 관한 철학이 필요하다. 물질문명의 고속성장, 인류의 정신적 가치의 퇴보가 부른 지구 생태계 위기와 기아, 전쟁 등도 결국 인간의 뇌가 만들어낸 그릇된 행동의 결과이다. 이에 대한 해답도 결국 뇌 안에 있다. 뇌에 대한 연구에서 인문학적·철학적 탐구가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뇌융합 기술의 미래는 휴먼 테크놀러지
필자는 기술혁명 시대를 지나면서 21세기는 인간에게 초점을 맞춘 시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간을 위한 기술,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이 그것이다. 건강, 행복, 평화를 위한 미래기술이 바로 휴먼 테크놀러지Human Technology이며 이는 21세기 뇌융합 시대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뇌융합 기술의 지향점은 결국 누구나가 원하는 건강, 행복, 평화를 위한 것에 두어야 한다. 어떻게 건강을 회복할 것인가, 어떻게 행복을 추구할 것인가, 평화는 어떻게 찾을 것인가 등과 연관해 뇌를 실제적으로 운영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아직 미개척지로 남아 있는 뇌융합 기술에 대한 선점이 중요하다.
이제 선진국들이 행하는 막대한 뇌과학적 접근을 따라가기만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 우리가 가진 자산을 명확히 인식하고, 선점하고, 집중해야 한다. 미래가치를 선점할 때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 미래 뇌융합 기술 시대는 바로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휴먼 테크놀러지의 시대이며, 이를 위해서 뇌철학, 뇌이론이 그 바탕이 되어야 하고, 이를 근간으로 뇌를 실제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뇌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이다.
뇌교육 시대의 도래와 한국의 미래
인체의 중심이자 건강의 열쇠가 심장에서 뇌로 건너온 지 불과 얼마 안 되었지만 뇌건강은 이미 건강의 핵심이 되었다. 건강 분야뿐 아니라, 인류과학의 지향점도 뇌과학으로 이미 접어든 지 오래다. 과학적 기반이 사회 전 분야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이제 교육 분야에서도 거대한 시대적 흐름이 뒤따를 것임은 예정된 수순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른바 뇌교육 시대의 도래이다.
이제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고 있고, 이 변화는 분명 우리에게 기회다. 건강, 행복, 평화를 위한 휴먼 테크놀러지의 미래는 바로 우리 한민족의 정신문화적 자산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평화공존의 철학인 홍익인간의 정신은 바로 뇌철학의 근간이며, 결국 홍익인간의 정신문화적 자산을 21세기의 키워드라고 하는 ‘뇌’를 통해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우리의 미래가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 거대한 시대적 흐름에 주도권을 잡고 있다. 1990년 설립 이후 뇌교육의 연구개발을 담당해온 한국뇌과학연구원은 올해 유엔경제사회이사회(UN ECOSOC)로부터 뇌교육의 유엔협의지위(UN consultaive status)를 부여받아 유엔을 통해 세계 뇌교육의 흐름과 방향에 대한 자문을 할 수 있게 되었다. 2002년 설립한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UBE)은 뇌교육의 철학적 기반인 한민족 국학의 연구, 뇌교육의 지향점인 평화학 연구를 바탕으로 뇌교육학을 정립하고 있으며, 석박사 과정을 거친 글로벌 뇌교육 전문가를 배출하고 있다. 2006년 교육부 인가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국제뇌교육협회(IBREA)는 한국을 시발점으로 한 뇌교육 보급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다.
뇌교육의 과학적 기반, 300여 종의 뇌교육 프로그램화, 전 세계 보급기구 설립 등 이제 세계화를 위한 모든 준비는 갖추어졌다. 필요한 것은, 이에 대한 시대적 가치를 보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국가적인 전략산업으로 육성해가는 것이다. 21세기 뇌융합시대를 이끌 무한대의 교육시장인 뇌교육의 1조억 달러 시장을 한국이 리드해가고, 동시에 한민족의 위대한 정신문화를 21세기 키워드인 뇌를 통해 세계화하는 데 많은 지원과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이승헌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총장, 국제뇌교육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