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과 맞장떠

생활 뇌의학

뇌2003년7월호
2010년 12월 22일 (수)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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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스크림 두통, 휴대폰 두통

평소 두통 없는 안전지대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방심은 금물. 두통은 누구든 가리지 않고 언제 기습할지 모르는 노련한 녀석이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 한 입 딱 베어 문 순간, 혹은 냉수 한 잔 벌컥 들이킨 순간 머리가 띵~해 오며 정수리, 눈 뒤쪽, 관자놀이 근처가 송곳으로 찌르는 듯 통증이 일 때가 있다. 이른바 ‘아이스크림 두통’. 찬 음식을 먹으면 입 주변 온도가 급속히 낮아져 머릿속 혈관이 수축되었다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또 성적인 접촉을 하는 동안에도 흥분에 의해 두통이 일 수 있다. 이런 종류의 두통은 남성에게 더 흔하게 일어나며 대개는 성 행위를 마치면 차츰 가라앉는다.

아이스크림과 섹스는 천천히 즐겨야 더 맛있고 안전하다! 아이스크림은 혀끝으로 천천히 녹여 먹고, 섹스를 나눌 때는 감미로운 음악과 아로마 향 등을 활용하여 오감을 부드럽게 자극하라. 이 외에도 복병처럼 나타나는 두통은 얼마든지 있다. 오토바이 운전자의 경우 늘 착용하는 헬멧으로 인해 머리에 지속적인 압박이 가해져 통증이 나타날 수 있고, 겨울철에 따뜻한 실내에 있다가 갑자기 밖으로 나가면 얼굴과 두피가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면서 두통이 일기도 한다. 또 휴대폰을 오랜 시간 사용하면 귀 뒤쪽 부위를 중심으로 얼얼한 통증이 인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휴대폰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과 전자파 등이 원인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는데, 휴대폰 사용으로 인한 두통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핸즈프리를 사용하면 손쉽게 예방할 수 있다.


2. 두통 왈, “긴장 하고 있는 네가 좋아”

직장 생활을 하는 K는 월요일 아침만 되면 뒷목과 어깨가 뻣뻣해지면서 두통이 인다. 이른바 ‘월요 두통’. 이는 신경성이라고 부르는 긴장성 두통으로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을 받을 정도는 아니나, 두부 측면에 띠를 두른 듯 꽉 조이는 느낌으로 인해 불쾌한 상태에 있게 된다.

‘긴장’이란 말은 머리를 싸고 있는 근육의 긴장을 뜻하는 것.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어깨와 목 뒤의 근육이 뻐근하게 굳는데, 우리의 신경 구조는 경추와 인대 근육의 통증을 머리의 통증으로 인지한다. 목은 척추 중에서 가장 운동성이 크고, 잘못된 자세나 외상에 의해서 쉽게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흔한 두통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목을 전후좌우로 움직인 다음 천천히 돌려 회전시키는 목운동을 자주 해 주면 목 부위의 혈액공급을 원활하게 하고 목뼈 관절을 부드럽게 함으로써 긴장 해소와 함께 두통을 예방할 수 있다. 

편두통의 경우에는 양측 머리에서 맥박이 뛰는 것 같은 통증이 이는데 이는 유전적인 영향도 있다. 사춘기 또는 성인기에 주로 시작되어 점차 증세가 없어지는데 갱년기에 다시 악화되기도 한다. 편두통이 있기 하루 전부터 예민해지고 피로감,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밝은 빛이나 예리한 소리에 과민해질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월경 전후에 편두통이 심해지거나 임신 초기에 악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호르몬의 영향 때문.


3. 밥 없인 살아도 카페인 없인 못 살아

‘해장술이 약이다’란 속설이 있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머리가 아프고 매스껍다가도 해장술을 먹고 나면 그런 불쾌한 느낌이 없어지는데, 이는 체내 알코올 농도가 변화하면서 생기는 일시적인 느낌일 뿐이다. 해장술 마시는 습관을 들이면 만성 알코올 중독으로 넘어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또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카페인이 함유된 두통약을 수 주 이상 매일 복용하면 카페인 중독성 두통을 일으킬 수 있다. 밥 없이는 살아도 약 없이는 못 사는 약물 중독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상품의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시중의 드링크류나 음료수에도 카페인이 들어 있다. 카페인 자체는 일시적으로 두통을 가라앉히는 효과를 나타내기도 하나 장기 섭취할 경우 약물 중독에 빠질 위험이 있다. 드링크류를 습관적으로 매일 몇 병씩 먹는 경우, 카페인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커피를 진하게 하루에 3~4잔 이상 먹다가 갑자기 마시지 않아도 카페인 중독에 의한 두통이 올 수도 있다.   


4. 망치로 맞은 듯 격심한 두통은 빨리 병원으로







얼마 전,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빅 초이’ 최희섭이 경기 도중 넘어져 의식을 잃었다는 보도가 우리를 놀라게 했었다. 뒷머리를 그라운드에 부딪쳐 의식을 잠시 잃었던 것인데, 다행히 뇌와 목뼈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한동안 두통을 호소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이를 외상성 두통이라 한다. 외상성 두통은 머리를 다친 후 두통이 나타나는 경우로 2개월 이내에 사라지는 경우를 급성, 2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에 해당한다.

뇌출혈 환자의 경우에도 극심한 두통이 따르고, 뇌경색 환자의 10~30% 정도는 신경학적 장애가 나타나기 전에 두통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뇌 주변 혈관의 파열로 인해 발생하는 두통은 통증이 매우 심할 뿐 아니라 심각한 신경학적 장애를 일으키거나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갑자기 ‘망치로 맞은 듯’ 격심한 두통이 발생한다면 빨리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야 한다. 


5. 여름은 두통의 계절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요즘 사람들은 잘도 걸린다. 여름에 냉방기를 가동하여 실내 온도를 외부보다 너무 낮게 해놓은 것이 원인인 경우가 많은데, 냉방병 증세로까지 악화되면 몸살처럼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열이 나고 오한이 든다.  실내온도를 너무 낮추면 몸이 외부와의 온도차에 적응하지 못해 탈나기 십상이다. 에어컨 내부의 먼지와 세균이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냉방기 필터를 깨끗이 관리하고 틈틈이 창을 열어 환기를 시켜 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여름철에는 격렬한 운동으로 인해 두통이 일기도 한다. 땀을 많이 흘려 수분과 염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물 중독’ 증세가 일어나는데, 물 중독으로 인해 핏속의 나트륨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면 두통, 현기증, 구역질 같은 증세가 나타난다.


6. 두통 해방의 비결은 유산소 운동

뇌가 성인 체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 그럼에도 우리 몸에서 산소 소비량이 많은 곳이 뇌이다. 전체 소비량의 무려 25~30%. 하루 동안 뇌에 순환하는 혈액은 약 2천 리터이다. 드럼통으로 10통 분에 해당하는 양. 이렇게 많은 양의 혈액을 통해 끊임없이 뇌에 산소를 공급한다. 이러한 보급 루트에 문제가 생겨 산소 부족 현상이 일어나면 뇌에 치명적이다. 만성 두통 환자의 경우 뇌에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아 산소와 영양물질이 잘 공급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두통이 심하게 일 때를 대비하여 산소통을 준비하고 다녀야 한단 말인가. 다행히 요즘 산소 호흡기, 산소 스프레이, 산소 카페 등 산소 사업이 번창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뇌에 산소를 보급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운동만한 것이 없다. 머리와 목, 어깨 부위의 운동을 비롯해 전신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는 유산소 운동을 평소에 꾸준히 해 주는 것이 좋다.


6. 내가 두통을 선택한 것이라면?

이쯤에서 진실을 밝혀야겠다. 두통은 사실 맞장뜰 상대가 못 된다. 예를 들어 지금 지끈지끈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자. 그런데 방금 온라인 이벤트에 참여했다가 상품이 당첨되었다면? 그 순간 두통을 싹 잊고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또 동료들과 실컷 웃으며 대화에 몰입하고 있을 때도 두통은 느껴지지 않는다.

정밀검사상 이상 소견이 없음에도 지속적인 가슴통증과 두통을 유발하는 화병의 경우도 스트레스 원인이 없어지면 씻은 듯 낫는 것이 특징. 통증의 발병 원인을 설명하는 이론 중 하나는 환자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로 아프기를 선택한다는 이른바 ‘선택이론(Choice Theory)’이다. 임상심리 전문가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미국의 윌리엄 글라서 박사가 말한 이 이론은 인간관계에서의 문제점이 통증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즉 인간에게는 생존, 힘, 사랑과 소속감, 즐거움, 자유 등 5가지 욕구가 있는데 이 중 힘의 욕구, 사랑과 소속감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병이 생긴다는 것.

두통은 노여움, 두려움, 놀라움, 슬픔, 우울, 염려 등 머리에 쌓인 감정들을 풀어내라는 신호인지도 모른다. 두통과 맞서기보다 두통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를 간파해야 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열 식히고 좀 쉬라는, 뇌 구석구석 산소 샤워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놓치지 말자.

글│곽문주 joojoo@powerbrain.co.kr
일러스트│정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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