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리포트] 운동이 뇌의 활성을 높인다

[집중리포트] 운동이 뇌의 활성을 높인다

왜 더 많이 움직여야 하는가?

브레인 94호
2022년 09월 05일 (월)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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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인 생활이 지능을 떨어뜨린다  

생각함으로써 존재한다고 한 철학자 데카르트는 정신과 몸을 명확하게 구분했다. 데카르트는 몸의 감각은 그릇된 정보를 전달해 오도될 수 있으므로 지식을 얻고 사고를 하는 과정에서 몸의 역할을 제한해야 한다는 정신-몸의 이원론을 주장했다. 이러한 데카르트의 철학은 이후 수 세기 동안 몸을 불신하는 사조의 토대가 되었다.

현대사회의 성인들은 일상생활 중 평균 70%를 가만히 앉아 있거나 누워서 보낸다. 우리는 1960년대의 성인에 비해 30% 정도 적게 움직인다. 아이들은 자유 시간의 50%를 앉아서 보낸다. 특히 노인들은 깨어 있는 시간 중 최대 80%는 거의 근육을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는 지난 세기 대부분의 시간을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발명하는 데 사용했다. 많은 일은 앉은 채로 가끔 엄지손가락만 움직이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기술을 만들어낸 두뇌의 능력을 뿌듯해하는 사이, 우리는 중요한 것을 잃어갔다. 

몸의 움직임이 급격히 줄면서 정신에 균열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정적인 생활이 지능의 하락, 창의적 아이디어의 고갈, 반사회적 행동의 증가, 정신질환의 확산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람들이 IQ 테스트를 시작한 이래로 최근까지 전 세계 국가의 IQ 점수는 10년에 평균 3점씩 상승했다. 1980년대에 이를 처음으로 언급한 심리학자 제임스 플린James Flynn의 이름을 따서 이런 추세를 ‘플린 효과(Flynn Effect)’라고 부른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플린 효과는 감소하기 시작했고, 2000년대 초부터는 오히려 IQ 점수가 낮아지고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보내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아지고 친사회적 행동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불안이나 우울증의 발생과도 연관되어 있다. 움직임이 적은 생활습관은 인지기능 저하로 연결된다.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이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에 대한 과학과 의학의 제안 또한 명확하다. 몸을 많이 움직여라!


약물보다 운동이 우울증 개선 효과 더 커

운동이 유아부터 노인까지 모든 연령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이미 밝혀져 있다. 듀크 대학의 임상 심리학자 제임스 블루멘솔은 늘 앉아서 지내는 불안장애 환자나 우울증 환자에게 운동이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몇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이 연구에서 그는 잘 움직이지 않는 우울증 환자 156명을 세 개 그룹으로 나누어 각 그룹에 과제를 부여했다. 한 환자군에는 항우울제인 졸로프트의 용량을 점차 늘려 복용하게 하고, 또 다른 환자군에는 40분씩 일주일에 세 번 운동을 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환자군에는 약물 복용과 운동을 병행하도록 했다. 실험이 16주차에 이를 때까지 우울 점수에 유의할 만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열 달간의 추적 실험이 끝날 무렵, 운동을 한 환자군이 약물을 복용한 환자군보다 우울 증세가 호전됐음을 알 수 있었다.

블루멘솔은 2007년에 또다시 20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앞선 연구와 마찬가지로 운동을 지속한 환자군에게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그 뒤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의 효과를 증명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이뤄졌고, 두 운동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냈다.
 


운동이 병을 예방•치료하고 지적 능력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들 

미국 메이오클리닉 신경학과의 에릭 알스코그 연구진은 인지 능력과 운동의 관계를 다룬 총 1,603건의 연구 논문과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를 2011년에 발표했다. 규칙적으로 운동한 중년 남녀를 조사한 연구에서 운동이 노년기에 겪을 수 있는 모든 장애와 손상을 예방해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운동이 아동과 청소년의 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도 활발하다. 존 레이티 교수가 자신의 책 <운동화 신은 뇌>에서 소개한 교육 실험이 대표적인 예이다. 실제로 체육시간을 0교시 수업으로 배치한 미국 시카고 네이퍼빌 센트럴 고등학교의 실험은 학업 성취도에서 높은 향상을 보이며 운동이 청소년기의 뇌 발달에 어떤 효과를 주는지 알려 주었다.

한편 스웨덴에서는 1950년부터 1976년까지 군에 입대한 남성 120만 명을 대상으로 각각 15세 때와 18세 때의 심폐 지구력과 근력, IQ, 각종 인지 능력을 비교 대조한 데이터베이스를 모았다. 여기에서도 심폐 지구력과 두 항목의 지적 능력이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여주었다. 연구진은 한발 더 나아가 연구 참여자들의 성인기까지 추적하여 체력 점수가 높았던 사람들이 더 교육 수준과 인생 만족도, 사회·경제적 지위 측면에서 더 높은 성취를 이뤘다고 보고했다. 

스웨덴 사례는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양상을 보여준다. 이 조사 작업에는 27만 명의 형제와 1,300쌍의 쌍둥이 형제가 포함됐는데, 이들 중 심폐 지구력이 높은 수검자들의 인지 능력과 IQ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IQ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통념과 달리, 체력이 지적 능력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되었다.

또한 존 레이티 교수는 1970년대에 마라톤 선수들이 마라톤을 그만둔 뒤로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달리기를 그만두는 것은 효험을 보던 약물을 중단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인지 능력에서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의 기본 요소와도 연관되어 나타난다. 존 레이티 교수가 이 문제를 다룬 이후로 운동이 정신질환 치료법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불안, 중독, 주의력결핍장애(ADHD), 강박 장애, 조현병, 양극성 장애 치료에서도 운동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밝힌 연구 결과들도 이어지고 있다.
 

 

몸을 움직이면 뇌의 활성이 올라간다

운동은 근육의 움직임과 함께 뇌의 활동을 요구한다. 운동을 하면 뇌가 뇌유래 신경성장인자인 BDNF를 분비하는데, BDNF는 해당 움직임을 관장하는 부위만이 아니라 뇌 전체에 흘러넘친다. 운동이 뇌가 원활하게 기능하는 데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줌으로써 뇌를 전체적으로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화학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운동은 중독이나 우울증 같은 문제와 관련해 오래전부터 연구되어 온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신경 전달 물질의 분비를 유발한다. 뇌는 에너지 소모가 큰 뉴런 신경 세포들의 네트워크로, 이 세포들은 몸 안팎에서 들어오는 자극에 반응하면서 생화학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이를 몸으로 내보낸다. 이를 뇌와 운동의 관계에서 보면, 우리가 몸을 더 강하고 정교하게 움직이고자 하면 그러한 움직임이 가능하도록 뇌 회로도 더 많이 작동하게 된다. 뇌 회로의 작동이 부족하면 원하는 움직임을 할 수 없으므로, 충분한분량의 생화학적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뇌의 활성이 올라가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에 기초해서 보면,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뇌의 활력은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운동 부족이 뇌의 성장과 건강을 위해 기능하는 신경 전달 물질의 분비를 가로막는다는 점을 기억하자.

멍게는 유생일 때는 바닷속을 헤엄쳐 돌아다니지만, 식량 공급원이 될 자리를 찾으면 그곳에 몸을 붙이고 움직이지 않는다. 몸을 움직일 필요가 없어지는 순간 멍게는 자신의 뇌를 먹어서 분해시킨다. 움직일 필요가 없으니 뇌가 더는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인간의 뇌는 몸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고, 몸을 더 강하고 정교하게 움직이기 위해 뇌를 발달시켰다. 몸과 뇌는 하나의 신경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몸의 움직임과 뇌의 활성이 비례하는 것은 당연한 작용이다.

자, 일어나서 움직이자. 


글. 전은애 수석기자 hspmaker@gmail.com


참고 문헌
<뇌가 아니라 몸이다> 사이먼 로버츠, 소소의책
<움직임의 뇌과학> 캐럴라인 윌리엄스, 갤리온
<맨발로 뛰는 뇌> 존 레이티, 리처드 매닝, 녹색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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