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춤으로 자신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임진경 양(사진=벤자민학교 서울강남학습관)
지난해 국내 최초로 고교완전자유학년제로 개교한 벤자민인성영재학교(교장 김나옥, 이하 벤자민학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1기 27명이 입학했고 올해 2기는 470여 명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내년에는 더 많은 학생들이 지원할 것이라고 학교 측은 밝히고 있는 가운데 그 중심엔 두 학생이 있다. 벤자민학교 서울강남학습관에 재학 중인 18살 동갑내기 임진경 양과 김인욱 군이다. 이들은 12월 입학설명회가 열리는 곳마다 강연자로 나서고 있다. ‘꿈의 1년’을 보낸 성장스토리가 참석자들의 심금을 울린다고 한다. 학교 밖에서 세상을 배우면서 꿈을 찾은 두 학생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춤을 추면서 나를 보여줄 수 있어요”
대학교가 보장되는 길을 그만두기는 쉽지가 않다. 남들처럼 따라가면 명문대학교에 갈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4년 동안 국악중학교와 국악고등학교에서 대금을 전공하지 않았는가? 그것을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 학교를 자퇴하고 올해 대안학교인 벤자민학교에 다니고 있는 임진경 양의 이야기다.
“예전에 학교 다닐 적에는 1년에 한 번씩 진로를 적는 시간이 있었어요. 친구들은 전공에 맞춰서 비슷하게 써요. 그런데 저는 이 학교 나와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어머니 소개로 벤자민학교를 알게 됐다. 인성영재 캠프와 1기 선배들의 워크숍에도 참석했다.
“멘토 강의를 듣는데 자기가 진짜 원하는 것을 찾으라고 하는 거예요. 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 있느냐고 봤을 때 저는 악기를 하면서 그런 것은 생각한 적이 없었거든요.”
임 양은 입학 후 자신을 찾게 됐다고 밝혔다. 그 변화를 예전의 국악고 친구들이 알아봤다. “얼굴이 폈다. 자유로워 보인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웃음) 하고 싶은 것을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일반 고등학교에 다니면 자기 의지로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벤자민학교에 와서 보니깐 그 의지는 내 의지가 아니었구나. 짜여진 대로 생활했고 나머지 시간도 숙제하거나 시험을 준비했던 거죠.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없잖아요. 벤자민학교는 하루를 내가 다 써야 하니깐,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게 되요. 그러면서 내가 무엇이 좋고 싫은지 성격도 알게 돼요. 여기서 나를 찾게 된 거죠.”
▲ 꿈의 1년을 주제로 성장스토리를 발표하는 임진경 양(사진=벤자민학교 서울강남학습관)
담임교사와 멘토들의 조언도 큰 힘이 됐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떠한 일에 관심이 많은지 어떠한 재능이 있는지 물어봐 준다고 한다. 이제는 대금이 아니라 춤을 배우면서 무대에 오르고 있다. 2015 천안흥타령축제, 2015 벤자민인성영재 페스티벌, 참아리랑 힐링콘서트 등에 참석했다.
“중학교 1학년 때 무용시간에도 춤을 추는 것은 창피했어요. 지난해 11월 춤이 갑자기 생각나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3월 워크숍에서 내가 배우는 음악이 나와서 춤을 췄는데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천안흥타령축제는 몇 시간이고 연습해도 짜증나지 않고 즐겁게 했어요. 악기는 정해 진대로 해야 하지만 춤은 나의 끼를 발산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춤을 추면서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요.”
현재는 보컬학원에도 다니는 등 가수의 꿈을 향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임 양의 모습이 일반학교의 친구들은 부러울 수밖에.
“그만두고 싶다고 해요. 그런데 아이들은 절대로 나오지 않아요. 제가 다니던 국악고는 서울대, 한양대, 이화여대 등에 갈 수 있어요. 친구들은 대학교에 가서 악기를 안 할 생각이 있기도 해요. 목적이 거기(대학입학)에 있으니깐 안 나오려고 해요. 내가 보기엔 시간 낭비인 것 같아요.”
임 양의 용기가 대단했다.
“학교 그만둘 때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용기가 있다고. 앞으로 제가 결정한 것을 모두 잘해냈으면 좋겠어요.”
인생이라는 무대를 스스로 만들고 있는 18살 소녀 임진경 양의 꿈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스티브잡스의 점의 연결처럼 무엇이든 도전해보세요”
▲ 중국 역사탐방을 다녀온 김인욱 군(사진=본인 제공)
이제 스스로 복이 많다고 말하는 김인욱 군을 만나보자. 김 군은 어머니 소개로 벤자민학교에 입학했다. 이후의 시간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직업체험프로그램으로 고기집과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벤자민학교 친구들과 7월에 대구, 부산, 천안에서 ‘러브핸즈’를 했다.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고 시민들에게 봉사하기 위해서였다.
“말을 걸어도 무시하고 그냥 지나갔던 사람들에게 계속 시도하니 웃으면서 먼저 다가와 선뜻 기부금을 주기도 했어요. 러브핸즈를 하면서 힘이 많이 났어요. 서로 마음을 나누는 홍익에 대해서 느낄 수 있었어요.”
특히 외국에 다녀온 경험은 시야를 넓혔다. 미국 세도나 <지구시민캠프>와 중국에서 열린 <광복에서 통일까지 독립군 역사탐방>이다.
“예전에는 친구들과 우루루 몰려다녔죠. 그동안 분위기를 맞추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세도나를 다녀와서 분위기를 내가 만들어가는 사람이 될 수 있구나 느꼈어요.”
한 번도 사회를 본 적이 없다는 김 군이 벤자민학교 뉴스를 전하는 앵커가 됐다. 지난달 6일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2015벤자민인성영재 페스티벌의 사회도 봤다. 이 모든 도전의 과정에는 자신을 지원해주는 멘토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도전하려면 목표가 있어야 하잖아요. 동기부여가 되어야 하고. 비록 도전이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실패한 것이 아니었구나. 값졌구나! 느껴요. 특히 멘토님들에게 감사해요, 나는 사랑받고 있구나.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요.”
▲ 왼쪽은 김인욱 군과 멘토 노형철 사무국장이고 오른쪽은 멘토 우대석 위원이다(사진=본인 제공)
김 군의 멘토는 노형철 브레인트레이너 자격검정센터 사무국장과 우대석 국학원 교육위원이다. 노 국장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좋은데 그 과정에서 인성이 갖춰지고 인격이 성장하는 부분이 있다”라며 “매순간 집중하라고 조언해줬더니 공감하더라“고 말했고 우대석 위원은 “중국의 역사탐방을 같이 다녀오면서 학교가 아닌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역사관이 생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인욱이가 고맙다고 말해줘서 그동안 멘토링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라고 전했다.
앞으로 호주에 50일 동안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고 독일에도 가보고 싶다고 한다. 훗날 뇌과학 연구원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김 군은 3기로 입학하는 후배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스티브잡스가 말한 ‘점의 연결(connecting the dots)’을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아무 관련이 없는 점들이 만나서 한 선이 만들어진다고. 입학하면 다양한 경험과 도전을 해보라고. 나는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될 거라고 말에요.”
글.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