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기만 해도 아픈 만성 방광염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과민성 장증후군 등 난치성 만성 통증 질환의 발병 원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작동하는 세포의 방어 시스템이 오히려 새로운 통증 신경을 만들어 통증을 지속시키는 원인이라는 사실을 규명한 것으로, 만성 통증의 근본 치료 전략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
▲ 고려대 최해웅 교수, 고려대 박사과정 김민중 [사진=고려대 제공]
고려대학교(총장 김동원) 생명과학부 최해웅 교수 연구팀은 반복적인 염증으로 활성화된 압력 감지 단백질 ‘PIEZO(피에조)’가 만성 통증을 유발하는 새로운 생물학적 기전을 규명했다.
PIEZO는 세포가 압력이나 늘어남 등 물리적 자극을 감지하는 단백질로, 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연구의 핵심 주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방광, 장 등을 이루는 상피세포는 평소 이 단백질로 장기의 압력을 감지한다. 하지만 염증이 반복되면 PIEZO가 과도하게 많아져 세포 내에 산화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때 세포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특정 단백질(SLC7A11)을 활성화하는데, 이 과정에서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가 세포 밖으로 다량 분비되는 부작용이 생겼다. 흘러나온 글루타메이트가 주변 통증 신경을 자극해 조직 내로 새로운 신경을 증식시켰고, 이로 인해 가벼운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이 지속되는 상태가 유지됐다. 연구팀은 이를 ‘상피세포-신경 재배선’ 과정으로 정의했다.
연구팀은 동물 모델을 통해 이 통증 유발 길목에 있는 SLC7A11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한 결과, 통증 신경의 증식이 줄어들고 배뇨 장애 증상도 유의미하게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 기존의 일시적인 진통제 처방을 넘어 만성 통증의 근본 원인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 반복적인 염증 이후 방광 상피세포(파란색)를 따라 통증 인식 신경(노란색)이 새롭게 증식하며 조직 안으로 침투하는 모습 [사진=고려대 제공]
PIEZO 단백질은 방광뿐 아니라 장, 폐, 관절, 피부 등 몸속 대부분의 조직에 존재한다. 이에 따라 이번 연구는 과민성 장증후군, 만성 골반 통증, 섬유근육통 등 다양한 난치성 만성 통증 질환의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해웅 교수는 “세포가 물리적 힘을 감지하는 기초 생물학적 현상이 어떻게 질환으로 이어지는지 규명한 연구”라며 “만성 통증의 근본 원인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고려대학교 박사과정 김민중 씨가 제1저자로, 최해웅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메카노지노믹스 연구센터, 융합분해생물학 국가연구소(NRL) 사업, 중견연구사업과 양영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번 연구는 생명과학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 학술지 『Cell』에 6월 26일 게재됐다. Cell은 『Nature』, 『Science』와 함께 세계 3대 과학 학술지(NCS)로 꼽히며, 특히 세포생물학·유전학·발생학 등 생명과학 분야의 혁신적인 연구를 주로 게재하는 권위 있는 학술지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th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