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를 시험관에서 키워 사람의 장기 구조와 같은 조직을 구현한 것을 ‘오가노이드’라고 한다. 흔히 ‘미니 장기’ 또는 ‘유사 장기’라고 한다.
인체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재현할 수 있어 인공장기를 만들거나 신약 개발을 위한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오가노이드는 장기의 성숙한 구조를 모사하지 못하고, 조직 내 주변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근본적인 한계점이 존재한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신근유 교수 연구팀은 현존하는 뇌 오가노이드의 기술을 뛰어넘는 조립형 미니 뇌 '뇌 어셈블로이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 조립형 뇌 어셈블로이드 연구 개념도 [사진=서울대학교]
조립형 미니 뇌는 인간 뇌 발달 프로그램을 모듈 형태로 재구성하고, 이를 시공간적으로 체외에서 조립하여 구현되었다.
신교수 연구팀이 구현한 뇌 어셈블로이드는 실제 인간 대뇌피질과 동일한 6개의 피질 층을 선명하게 재현하며, 뉴런과 아교세포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까지 구현해 현존하는 인간 뇌 오가노이드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
본 연구는 인공 뇌 오가노이드 분야의 가장 큰 난제로 꼽혀온 구조적·기능적 이질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교수팀 연구의 가장 중요한 혁신은 인간 뇌 발달 순서를 그대로 따라가는 모듈식 프로토콜을 확립한 데 있다. 연구팀은 먼저 초기 신경관의 핵심 구조인 단일 로제트만을 정교하게 분리·확장해 완전히 균일한 출발점을 확보했다.
이는 기존 오가노이드가 가진 가장 큰 약점인 각각의 이질적인 로제트 발달로 인한 낮은 재현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한 접근으로, 이후 단계적 조립 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김은지 박사는 “이번에 개발된 뇌 어셈블로이드는 균일한 단일 로제트를 기반으로 한 후, 여러 개의 발생학적 모듈을 조립하여 균일하고 성숙한 체외 인간 미니 뇌를 구축한 데 그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신근유 교수는 “지금까지의 인간 뇌 오가노이드는 그 성숙도와 균일성에서 많은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에 개발된 조립형 미니 뇌를 통해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는 미래형 뇌 질환 신약 개발의 혁신 플랫폼이 구축되었고, 조현병, 치매, 자폐 등의 난치성 뇌질환 치료를 위한 새로운 신약개발 패러다임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연구의 공동 1저자로 연구를 주도한 통합과정 김윤희 씨는 “이번 연구는 기존 뇌 오가노이드에서 부재하던 중요한 세포들을 체계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인간 뇌의 다종 세포가 협력하는 발달 과정을 역동적으로 모사하는 성숙한 뇌 모델을 발생시켰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다”라고 의미를 더했다.
▲ (위) 인간 뇌 어셈블로이드 개발 모식도, (아래) 6개의 피질구조가 재현된 미니 뇌 어셈블로이드 [사진=서울대학교]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인간 뇌 어셈블로이드는 인간 뇌에 존재하는 다양한 신경세포의 성숙한 형태, 자발적 활동전위, 기능적 네트워크 연결성을 보여준다.
특히 인간 뇌의 구조적, 기능적 성숙도를 완벽히 모사함으로서, 기존 뇌 오가노이드 기술의 한계를 크게 뛰어 넘었다고 평가된다.
이 기술을 통해 다양한 뇌 발달질환 및 퇴행성 뇌질환 모델링이 가능해졌으며, 뇌조직내 다양한 세포간 신호전달체계의 상호작용이 뇌 질환의 발병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규명할 수 있는 새로운 인간 뇌 질환 연구 플랫폼이 구축되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신근유 교수, 김은지 박사, 통합과정 김윤희 씨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다양한 난치성 뇌질환의 체외 모델링과 발병기전 규명 및 치료법 개발 플랫폼으로의 적용성 및 혁신성을 인정받아 과학기술분야 권위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되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세종펠로우십”과 “줄기세포 ATLAS 기반 난치성 질환 치료 기술 개발”사업, 보건복지부의 “보스턴코리아사업”,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한국연구재단의 “BK21사업” 지원으로 수행됐고, 고려대학교 최정민 교수, POSTECH 김정훈 교수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