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는 사람들에게 영양 섭취는 운동능력은 물론이고 몸의 외형 변화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칩니다. 운동학은 영양학과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영양의 핵심인 3대 영양소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입니다. 주된 역할은 에너지를 만들어 내거나 몸의 일부가 되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연료와 몸의 구성성분 둘 다 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모습을 바꿔 변신하기도 합니다. 3대 영양소는 먹는 방법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병을 주기도 합니다. 얼마나 먹고,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은지 짚어보겠습니다.
1. 탄수화물과 인슐린
우리 몸에 흡수된 단당류 중에서도 근육에서 직접 에너지로 쓰는 것은 포도당입니다. 과당이나 갈락토스는 일반적인 에너지원은 아닙니다. 이 둘은 일부 장기나 특정한 체내 대사에서 중간물질로 쓰이거나 간에서 포도당으로 바뀐 후에 에너지로 쓰입니다.
췌장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은 혈액 속에 들어 있는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빨아들여 혈당을 떨어뜨립니다. 혈액 속에 포도당이 많을수록 인슐린을 많이 분비하는데, 몸에 빠르게 흡수되는 탄수화물을 섭취해 혈당이 갑자기 올라가면 그만큼 많은 인슐린이 한 번에 분비되는 것이죠.
문제는 인슐린이 빠르게 분비되지만 그만큼 빠르게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혈당은 빠르게 올라간 만큼 강한 인슐린 펀치를 얻어맞고 빠르게 떨어지는데, 정작 인슐린은 제때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아 결국 정상치 아래의 저혈당까지 곤두박질친 후에야 비로소 조금씩 정상을 회복합니다.
이처럼 당분을 과다 섭취해 고혈당과 저혈당을 오가는 것을 롤링 현상이라고 합니다. 저혈당 상태에서는 무기력증이 오거나 신경질적으로 변하기도 하고, 인슐린과 혈당이 높은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내장지방 증가와 인슐린 저항성, 당뇨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2. 단백질 섭취법과 근육의 합성
단백질 섭취에서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은 하루 섭취량입니다. 양이 부족하다면 시간이든 배분이든 상관없이 총량부터 채워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필요한 타이밍에 효율적으로 먹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열량과 건강을 관리하려면 단백질이라고 무한정 먹을 수는 없기 때문이죠.
골격근의 합성은 단백질을 먹어 혈중 아미노산이 최고조일 때 시작되지만 성장 자체는 안정된 상태에서 왕성하게 일어납니다. 일단 단백질을 먹고 나면 운동 직후는 2시간, 평상시엔 3~5시간 정도는 단백질을 더 먹어도 근 성장 자극이 높아지지 않는 ‘무반응기’입니다. 그러니 단백질을 시시때때로 들이부을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근육이 안 만들어지지는 않겠지만 한정된 단백질량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비효율적입니다.
그렇다면 한 번에 얼마나 먹는 게 가장 유리할까요? 육류나 생선, 유청단백질처럼 질 좋은 단백질이라면 한 번에 20g 정도까지는 섭취량에 비례해 근 성장 신호가 강해지고, 그 뒤로는 증가 폭이 둔화합니다. 40g 이상이 되면 유의미한 차이가 없습니다. 따라서 몸이 작은 사람은 한 번에 최소 20g 이상, 몸이 큰 사람은 30~40g 정도 드시는 게 적당합니다.
곡류 등의 식물성 단백질만으로 섭취한다면 대개는 질이 떨어지므로 이보다 많은 양을 먹어야 합니다. 세간에는 한 번에 흡수할 수 있는 단백질량이 20~30g이고, 그 이상 먹어 봤자 배설된다는 말이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흡수는 되지만 근성장에 도움이 되는 효율이 낮아질 뿐입니다.
하루 필요 단백질량을 가장 효율적으로 나누고 싶다면 3~5시간 이상의 간격이 적당하니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삼등분해서 매 끼니 드시면 족합니다.
돌고 도는 단백질
단백질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주성분입니다. 몸 안에서 끊임없이 순환하고 재사용되다가 정말로 쓸모가 다하면 비로소 버려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탄수화물이나 지방처럼 ‘한 번 쓰면 없어지는’ 영양소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한 달 전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다
우리 몸은 매일 똑같아 보이지만, 실제는 낡은 부분이 제거되고 또 그만큼 새로 생기며 균형을 유지합니다. 한 달 전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장 점막은 5일이면 죽고, 피부 세포의 수명도 4주가 되지 않습니다.
체내 단백질의 4% 정도가 이렇게 매일 파괴되고 재생되는데, 근육·효소·호르몬·혈구 등 거의 모든 조직이 포함됩니다. 근육도 마찬가지입니다. 근섬유 자체는 수명이 굉장히 길지만 내부적으로는 끊임없이 분해와 복구를 반복합니다. 없어지는 양이 더 많으면 세포의 부피와 근육량이 줄고, 복구량이 더 많으면 늘어납니다. 이때 소멸하는 속도는 거의 일정하기 때문에 사실상 복구량이 근육량 변동을 좌우합니다.
운동과 적절한 영양 공급은 복구를 자극해 근육량을 늘립니다. 한편 음주 등으로 간이 충격을 받을 경우엔 복구 기능이 저하되어 근 손실로 나타납니다. 체중 70kg의 보통 남자가 보유한 체내 단백질이 10kg 정도니까 위의 내용에 따르면 매일 400g의 단백질, 아미노산이 파괴되고 복원됩니다. 그만큼의 단백질은 고기로 치면 무려 2kg, 10인분을 먹어야 보충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이걸 매일 먹어서 충당할 수 있을까요? 설상가상으로 단백질은 구하기 어려운 영양소입니다. 요즘이야 먹을 게 넘쳐나서 탈이지만, 야생동물이나 원시인들에게 단백질은 사냥에 성공하거나 운 좋게 죽은 동물을 발견해야 먹을 수 있는 귀한 영양소였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 몸은 수명이 다해 세포에서 빠져나온 아미노산을 가능한 한 재사용합니다. 일단 입에 들어온 단백질은 최대한 흡수하고, 몸 밖으로도 잘 내보내지 않습니다.
크게 보면 체내 순환되는 단백질의 약 80% 이상은 재활용분이고, 먹어서 새로 들어온 건 20% 이내에 불과합니다. 지금 내 가슴의 멋진 대흉근을 이루는 단백질이 어제까지는 맘에 안 드는 처진 엉덩이 살의 일부였을 수도 있고, 그 전에는 뱃속에서 꾸르륵거리는 창자의 일부였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남는 단백질의 행방
단백질이 남는다고 무조건 근육이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아미노산은 24시간 핏속을 돌고 있습니다. 세포가 죽거나 토해내면서 실업자가 된 류신은 새 일자리를 찾아 혈액 속을 떠다니고, 아침에 먹은 토스트 빵을 타고 들어온 글루타민도 피를 타고 다니며 새 직장을 찾습니다.
강한 운동으로 이런 무직 상태의 아미노산들이 정착할 자리를 만들어주어야 근육이 비로소 성장합니다. 그러니 운동이 부족한 대다수 현대인들은 단백질이 남아돌아 탈입니다. 건강한 사람의 단백질 섭취 상한선은 딱히 알려진 바가 없지만, 최소한 과도한 섭취가 ‘몸을 버리거나, 돈을 버리거나’ 둘 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단백질의 재활용
재활용품 분리수거 센터처럼 아미노산의 재순환을 총괄하는 기관은 간입니다. 간은 핏속의 아미노산이 적절한 비중을 유지할 수 있게 조절하고, 필요한 아미노산을 합성하는 일도 합니다. 단백질 섭취가 너무 많거나 탄수화물이 부족해 혈당을 유지하기 어렵다면 아미노산에서 질소를 떼어내는 강제 성형수술을 시켜 당분을 만드는 ‘당신생’도 일어납니다. 당신생은 단백질 외에도 지방을 분해할 때 나오는 글리세롤, 일부 특수한 지방산이나 젖산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하게 일어납니다. 단백질을 많이 먹어도 남는 건 버려진다는 이야기는 절반만 맞습니다. 단백질을 버리는 게 아니라 단백질을 당분으로 성형하는 과정에서 나온 질소 노폐물을 버리죠.
이렇게 단백질은 소화와 흡수, 활용 면에서 낭비되는 부분이 매우 많습니다. 이게 체중 감량 관점에서는 도움이 되기도 하죠. 단백질은 이론적으로 1g당 4kcal의 열량이 발생하지만, 에너지로 쓰려면 30퍼센트 이상이 중간 단계에서 소실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다른 영양소 대비 포만감이 커서 식사량을 줄이는 간접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따라서 산술적으로 같은 열량을 먹었다 해도 단백질의 비중이 커지면 체중 감량에는 유리합니다.
단백질 과잉이 문제가 될까?
단백질의 과잉 섭취가 문제가 될지는 논란 중입니다. 최근 단백질을 체중 1kg당 2.2~4g까지 섭취했어도 문제가 없었다는 몇몇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과잉 섭취에 관한 기존 견해를 부정하는 측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해롭다는 연구와 주장이 축적되었고, 굳이 그렇게까지 먹어야 할 중대한 이유가 없다면 결론이 나기까지는 신중할 필요도 있습니다.
기존 주장에서 제시하는 첫 번째 우려는 질소 노폐물인 암모니아입니다. 암모니아는 독성이 강해 요소로 바뀐 후 소변으로 내버립니다. 이 과정에서 간과 신장에 부담이 실립니다. 이미 내과적인 문제가 있다면 논란과 무관하게 의사 처방에 따라 섭취량을 제한해야 한다는 건 분명합니다.
두 번째 우려는 과도한 단백질 노폐물을 중화하기 위해 뼈에서 칼슘 이온을 빼와 골밀도가 낮아진다는 지적입니다. 뼈 자체가 단백질과 미네랄의 복합체이니 단백질이 부족하면 골밀도에 해로운 건 분명한데, 과잉일 때도 역시 해롭다는 지적이죠. 대부분의 전문가는 고단백질 식사를 한다면 칼슘도 충분히 섭취할 것을 권장합니다.
단, 혈중 칼슘 이온이 증가하면 신장 등에 결석을 불러올 우려가 있으므로 물을 충분히 마셔서 최대한 희석해 소변으로 배출해야 이런 문제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우려들이 여전히 논란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백질을 얼마만큼 먹어야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단백질의 일일 섭취량
하루에 단백질은 얼마나 먹어야 할까요? 단백질은 몸을 구성하는 성분이고, 운동으로 몸을 만들려는 분들이 가장 관심을 많이 두는 영양소입니다. 그래서 체중kg당 몇 그램의 단백질을 먹으라는 내용을 온라인 등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수치라는 게 몇 배까지 차이가 난다는 겁니다. 극단적으로 채식을 옹호하는 일부에서는 단백질을 독약에 가깝게 말하기도 하고, 보충제나 닭가슴살 업계에서는 어마어마한 양을 먹어야 한다고도 합니다. 잘 가려듣는 현명함도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인 명제는 과하든 부족하든 좋을 건 없다는 만고불변의 진리지요.
인체에서 단백질은 몸의 크기에 관련된 정적인 요소입니다. 자동차로 치면 부품에 비유할 수 있죠. 차를 많이 몰면 소모품을 좀 더 자주 갈기야 하겠지만 주행 시간에 비례해 확 많아지지는 않습니다. 결국 차를 운행할 때 들여야 하는 부품값의 가장 중요한 결정 요소는 차 자체입니다.
반면 탄수화물, 지방은 에너지이기 때문에 쓰는 만큼 더 필요한 동적인 요소입니다. 말하자면 기름과 비슷합니다. 기름은 차가 주행한 만큼 정확히 비례해서 늘어나니까요. 같은 원리로 단백질 필요량을 정할 때는 몸 크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단백질 권장량을 체중이나 근육량 기준으로 산출하는 것이 그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고려할 것이 운동량과 식단의 목표입니다. 체중 유지가 목표라면 필요량만큼 먹으면 될 테고, 체중을 늘리고 싶다면 더 먹어야 합니다. 체중 감량의 경우는 복잡합니다. 이론적으로는 단백질을 덜 먹어도 되겠지만 현실에서는 포만감 유지나 근육 보존을 위해 더 먹는 것을 권장할 때가 많습니다.
주요 기관, 논문에서 제시하는 단백질 권장량
단백질 섭취 권장량은 발표 주체의 성격에 따라 편차가 매우 큽니다. 체성분 검사가 따로 필요한 복잡한 방법을 빼고 간단히 산출할 수 있는 기준을 몇 가지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운동을 하지 않는 일반인을 기준으로, 한국 영양학회에서는 체중 1kg당 0.91g을 권장합니다.
• 미국체력관리협회(NSCA) 퍼스널트레이너 과정에서는 체중 1kg당 1.5~2.0g을 처방할 것을 권장합니다.
• 캐나다 맥마스터대학 마크 타노폴스키Mark Tarnopolsky 박사의 연구
- 주당 3~5회, 45분~1시간의 운동량 → 체중 1kg당 1.0g
- 주당 5회 이상, 1시간 이상의 운동량 → 체중 1kg당 1.2g
- 고도로 훈련하는 운동선수급 → 체중 1kg당 1.7g
현실적인 단백질 권장량
자신이 단백질을 충분히 먹고 있는지가 궁금하다면 제일 먼저 따질 건 삼시 세끼 먹는 단백질량입니다. 한국인의 일일 평균 단백질 섭취량은 60~70g 정도인데, 이는 평균치일 뿐 현실에서의 단백질 섭취는 천차만별입니다. 반찬이 채소뿐이라면 사실상 밥에 든 단백질이 전부일 테니 한 끼에 10g도 안 될 것이고, 생선구이나 달걀찜(달걀 2개) 같은 동물성 반찬 하나가 더해지면 단백질이 20~30g 이상으로 확 올라갑니다.
이 정도면 건강을 유지하고, 여름 해변에서 자신 있게 웃통 벗을 정도의 근육을 만드는 데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그렇다면 남들 앞에서 어깨에 힘줄 정도의 근육질이 목표일 때, 혹은 다이어트 중일 때는 어떻게 할까요? 제가 개인적으로 제시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남녀가 동일합니다.
• 근육량 증가를 목표로 운동하는 일반인은 체중 1kg당 1.5~2.0g까지
• 준프로나 선수급으로 운동하는 사람은 체중 1kg당 2.0~2.5g
• 다이어트 시 포만감을 높이려면 체중 1kg당 2g 이상(고도비만 제외)
• 달리기나 사이클 등 유산소운동을 위주로 한다면 체중 1kg당 1.2~1.5g
• 나이가 들수록 단백질의 근 성장 촉진 효과가 떨어지는 ‘아나볼릭 레지스턴스’가 나타나므로 단백질 섭취를 제한해야 할 질환이 없다면 중년 이후는 위 수치에서 체중 1kg당 0.2~0.5g을 추가 섭취할 것을 권장
3.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지방과 건강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단골 악역으로 등장하는 것이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입니다. 이 둘은 마치 세상에 있어서도 안 되고, 절대 먹어서는 안 되는 독약 같습니다. 그런데 이 둘이 정말로 그렇게까지 나쁜 놈들일까요?
포화지방을 먹으면 살이 찐다고 믿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정작 살이 찌는지의 여부는 기본적으로 남는 열량이 있느냐 없느냐로 결정됩니다. 포화지방산은 지방산의 한 종류일 뿐 독이 아닙니다. 열량이나 체내에서의 연소 과정도 거의 같습니다. 심지어 연소가 매우 빠르고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중쇄지방산도 화학적으로는 포화지방산의 한 종류입니다.
한편 포화지방이 혈관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라는 ‘지방가설’은 1960년대부터 통설로 받아들여졌지만 최근에는 해악이 과장되었다고 봅니다. 특히 혈중 중성지방치는 지방보다 탄수화물이나 알코올의 영향이 더 큽니다. 그렇다고 지방이 완전히 무해하다거나 심지어 유익하다는 확대해석도 곤란합니다.
과도한 포화지방은 LDL콜레스테롤과 인슐린 민감성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항상 그렇듯 문제는 양입니다. 학계의 논란을 떠나, 포화지방은 열에 안정적이고 고소하며 산패가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서구권에서는 돼지기름이나 우지 같은 동물성 지방을 조리용으로 쓰고, 우리나라에서도 고소한 맛을 내려고 전을 부칠 때 식용유 대신 돼지비계를 쓰는 음식점이 많습니다. 한편 근력운동으로 근육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적절한 포화지방 섭취가 남성호르몬 수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지방은 열량이 높으니 총열량 관리 차원에서 과도하게 먹지 않는 것은 상식입니다. 남는 열량이 결국 몸에서 문제를 일으킬 테니까요. 삼겹살에 소주, 마블링 낀 쇠고기를 입에 달고 사는 것이 몸을 망치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포화지방과 한데 싸잡아 악당 취급을 받는 놈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트랜스지방입니다. 트랜스지방은 수소 결합의 방향이 비틀려 있는 불포화지방산입니다. 포화지방산과는 태생부터 다르죠. 트랜스지방은 몸에 잔류하는 기간이 길어 건강에 해롭다는 의심을 받고 있지만 그 자체도 지방이고, 결국 태워 없어집니다. 중금속처럼 몸에 잔류해 안 빠져나간다는 속설은 반감기가 길다는 것을 과장한 괴담일 뿐입니다.
트랜스지방에 대한 또 다른 괴담은, 현대에 들어와 만들어진 유독성 변성 괴물이라는 것이죠. 이도 명백히 잘못된 내용입니다. 모든 지방은 열이나 빛을 받으면 자연적으로 조금씩 트랜스화하고, 동물의 대사 과정에서도 자연적으로 생겨나기 때문에 어떤 지방이든 조금씩 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모유도 1퍼센트 이상이 트랜스지방이고, 건강기능식품으로 알려진 공액리놀렌산도 몸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트랜스지방의 일종입니다. 트랜스지방이 0이라고 되어 있는 식품도 전혀 안 들어 있는 게 아닙니다. 0이라고 봐도 될 만큼 아주 미량만 들어 있다는 것이죠.
현실이 이렇다 보니 트랜스지방을 완전히 안 먹는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요 국가에서는 전체 지방 섭취량의 0.4~1퍼센트 정도로 상한선을 정하고 있습니다. 어느 영양소나 그렇듯, 트랜스지방도 먹는 총량의 문제일 뿐입니다.
과거 트랜스지방의 대명사는 마가린, 쇼트닝에 들어 있는 부분경화지방이었습니다. 군데군데 수소의 이가 빠져 불안정한 불포화지방에 수소를 투입해 강제 결혼시켜 포화지방처럼 안정적인 형태로 만든 제품입니다. 80년대 이전까지는 이 공정이 불완전해서 트랜스지방이 다량 생성되곤 했습니다. 최근에는 공정이 개선되면서 마가린도 트랜스지방 함량을 0으로 표기할 만큼 줄어 과거의 오명은 벗은 셈입니다.
현재는 마가린보다는 산패로 발생하는 불포화지방의 트랜스화가 더 문제입니다. 오래된 기름, 여러 번 재사용했거나 발연점 이상의 고온으로 가열한 기름, 공기 중에 오래 노출된 기름일수록 산패 우려가 큽니다. 개봉 후 방치하거나 오래된 가공식품도 마찬가지입니다. 발연점이 높은 기름을 쓰고, 지방이 많은 식품은 필요한 만큼만 사서 빨리 섭취합니다.
콜레스테롤에 대한 오해
콜레스테롤은 ‘동물성의 담즙chole’과 ‘스테롤sterols’이 결합한 말로, 이름 그대로 동물에게만 있는 특수한 지질입니다. 지질은 왁스나 스테로이드 등을 포함하는, 지방보다 넓은 개념입니다. 즉 콜레스테롤은 지방의 사촌쯤 된다고 보면 됩니다. 일부에서는 식물성 식품을 놓고 콜레스테롤이 없어 좋은 식품이라는 어감으로 광고하기도 하는데, 식물의 스테롤은 피토스테롤이라고 합니다. 즉 식물성 식품에 콜레스테롤이 없다고 광고하는 건 말장난입니다.
콜레스테롤의 역할
콜레스테롤은 동물의 몸에서 필수 구성성분이며, 에너지로는 쓰이지 못합니다. 소화액, 뇌와 신경계, 세포막, 혈관벽의 중요 성분이고 성호르몬 등 스테로이드계 호르몬의 원료이기 때문에 격한 운동을 한다면 일반인보다 더 많은 콜레스테롤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콜레스테롤을 꼭 직접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간에서 매일 콜레스테롤을 2,000~3,000mg씩 만들어내니까요. 이 정도 양이면 일일 제한 섭취량으로 알려진 200~300mg의 열 배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상당량은 쓸개즙에 섞여 음식물의 소화를 돕습니다. 쓸개즙의 콜레스테롤은 음식에 든 콜레스테롤과 함께 흡수되어 간에서 재활용됩니다.
HDL과 LDL
콜레스테롤을 이야기할 때 LDL과 HDL이 등장합니다. 흔히 HDL은 좋은 콜레스테롤, LDL을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들 하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니고 역할이 다를 뿐입니다. 지방과 콜레스테롤은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혈액에 녹을 수 있도록 표면을 단백질로 포장합니다. 이때 목적지가 간이면 고밀도 지단백(HDL, High Density Lipoprotein), 목적지가 조직세포면 저밀도 지단백(LDL, Low Density Lipoprotein)으로 만들어집니다. 똑같은 콜레스테롤인데 포장 방식에 따라 HDL과 LDL로 운명이 갈리는 것이죠.
LDL은 간 외부의 어디서나 내용물을 토해 놓을 수 있어 과하게 높아지면 혈관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반대로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돌려보낼 때는 HDL 형태가 됩니다. HDL은 조직에서는 콜레스테롤을 내놓지 않고 간에서만 내놓기 때문에 혈관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LDL이 낮고 HDL이 높을수록 콜레스테롤 관리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봅니다.
간에서는 원칙적으로는 필요한 만큼의 콜레스테롤을 만들지만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섭취가 많아지면 분비량이 증가합니다. 식사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이나 운동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콜레스테롤 섭취를 하루 100mg 줄여도 혈중 수치는 고작 10mg/dL 남짓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혈중 콜레스테롤에 문제가 있다면 이것도 줄이는 편이 안전합니다. 콜레스테롤이 에너지가 되는 것도 아니라서 운동을 한다고 직접 줄지는 않습니다. 다만 운동으로 잉여 열량과 체지방이 줄면 간에서 만드는 콜레스테롤도 감소하는 간접적인 효과가 있을 뿐입니다.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혈액검사에서 나오는 중성지방은 글리세롤과 지방산 세 개가 결합해 있는 지방입니다. 음식으로 섭취한 지방이 소화 흡수되어 혈중 중성지방이 되기도 하지만, 한국인에게는 탄수화물 과잉이나 알코올의 영향이 더 큽니다. 쉽게 말해 잉여 열량이 중성지방이 되기 때문에 밥이든 술이든 고기든 많이 먹는 족족 수치가 올라갑니다.
반대로 열량 섭취를 줄이고 운동을 해서 살을 빼면 LDL보다는 쉽게 떨어집니다. 중성지방이 높다면 열량, 특히 탄수화물을 줄이는 게 급선무인데 엉뚱하게 음식에서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데 급급해 동물성 음식을 모두 배제하고 밥, 감자, 고구마 등 탄수화물 식품에 치중하면 도리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내장지방과 피하지방
어디 있는 지방인지는 이름에 딱 나와 있습니다. 내장지방은 주로 간과 장 주변에 분포합니다. 반면 피하지방은 진피 아래에 위치해 에너지를 저장하고 외부 충격에서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에너지를 저장한다는 차원에서는 둘의 역할이 같지만, 내장지방이 교통요지에 위치해 피하지방보다 먼저 사용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빨리 타고, 미용상 악영향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건 내장지방의 장점입니다. 그런데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혈관에 지방을 잘 토해 놓기 때문에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등 각종 질환의 주범이기도 하고, 인슐린의 효과를 떨어뜨려 당뇨를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에서는 내장지방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둡니다.
물론 크게 보면 당연히 피하지방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런데 피하지방은 에너지 저장과 몸의 보호 외에도 소소한 역할이 많습니다. 포만감을 자극하는 렙틴을 분비해 과식하지 않게 하고, 때로는 여성호르몬도 분비합니다. 이런 생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니 몸에서는 피하지방을 가능한 한 나중에 소비하려 드는 게 당연합니다.
한편 살이 빠질 때도 피하지방은 전신에 걸쳐 분해됩니다. 성별, 체질 등에 따른 개인별 편차 정도만 있을 뿐 특정 부분을 운동한다고 그 부분 피하지방이 먼저 분해되지는 않습니다. 피하지방은 몸을 보호하는 갑옷인데 한 곳만 약점을 만들면 큰일이게요. 감량에 대한 상식이 널리 알려진 지금까지도 여전히 복부, 팔 같은 특정 부분의 지방만 빼는 비법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방흡입술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그런 방법은 없습니다.
또한 엉덩이, 허벅지, 배 등 몸의 중심에 가까운 지방은 움직임을 덜 방해하고 생존에 필수적인 기관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부위의 피하지방보다 상대적으로 두껍습니다. 그러니 빠지는 데도 당연히 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한편, 양은 적지만 근육 사이에도 약간의 지방이 존재하는데, 이를 근간지방이라고 합니다. 돼지 목살이나 삼겹살을 보면 살코기 사이사이에 제법 도톰한 지방층이 있는데 이것을 말합니다. 생리적으로는 피하지방과 유사합니다.
근육 내에도 미량의 지방이 존재하며, 이를 근내지방이라고 합니다. 꽃등심에서 살코기 사이로 보이는 미세한 마블링입니다. 근내지방은 심하게 비만해지거나, 특정 근육을 낮은 강도로 아주 오래 사용할 때 많이 축적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근내지방은 주로 해당 근육 내에서 쓰입니다.
단일 기관 중 지방이 가장 많은 곳은 신경계
지방은 단백질, 물과 함께 몸을 이루는 필수성분입니다. 지방은 내장지방, 피하지방처럼 소문난 지방조직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지방은 세포막의 주성분이고 호르몬 성분도 지방, 지질입니다. 몸의 근육, 내장도 일부는 지방이라는 의미입니다.
내장지방, 피하지방 같은 순수 지방조직을 빼면 지방이 가장 많은 곳은 신경계입니다. 뇌와 신경은 단일 기관 중에서는 가장 많은 지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뇌는 수분을 제외하면 절반 이상 지방으로 이루어져 있는 기름 덩어리입니다. 신경세포 단위에서 보면 내용물의 70퍼센트 이상이 지방이죠. 혹 누군가 체지방이 0퍼센트라고 말한다면 거짓말쟁이거나 아니면 정말로 뇌가 없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일부에서는 체지방이 낮으면 무조건 좋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람에게는 생존에 필수적인 지방 양의 하한선이 있습니다. 뇌와 신경, 세포막, 호르몬 등 기본적인 구성 물질도 있지만 피하지방이나 내장지방 같은 보통의 지방도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체지방이 너무 적으면 기초대사량과 면역력이 떨어지고, 쉽게 피곤하고, 심하게 추위를 타고, 작은 충격에도 쉽게 멍들고 상처를 입습니다.
경험적으로도 남성은 체지방비 10퍼센트 이하, 여성도 20퍼센트 아래에서는 대개 추위를 많이 타고 잔병치레도 많아집니다. 대회나 사진 촬영을 앞두고 체지방을 극단적으로 줄인 보디빌더나 모델들의 몸은 자세히 보면 멍투성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몸으로는 겨울에 버틸 수도 없습니다. 사진으로야 근육이 자글자글하고 멋지지만 생존 차원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그들도 그 상태를 오래 유지하지는 못합니다.
여성은 유방조직과 여성호르몬 분비, 임신을 대비한 여분의 지방이 더해져 남성보다 필수지방이 훨씬 많습니다. 기준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남성의 필수지방은 약 2~3kg, 여성은 8~9kg입니다. 우리 몸은 그 이하로 체지방이 떨어지지 않도록 저항하기 때문에 체지방 감량은 이 정도 선에서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글의 출처_수피 《헬스의 정석》
좋은 것은 물처럼 널리 흘러야 한다고 하죠. 건강 분야의 스테디셀러로 오랜 기간 독자의 선택을 받아온 《헬스의 정석》 시리즈 중에서 약수처럼 우리 몸을 살릴 정보를 길어 올려 다시금 흘려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