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는 뇌공학과 민병경 교수팀이 2020년도에 발표한 MEG(뇌자도: 뇌파의 자기적 성분)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인간의 의식적 지각이 뇌 속의 뇌라고 하는 시상(thalamus)의 억제 작용과 시상-피질(thalamo-cortical)의 위계성에 기반한 반복적 정보 처리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점을 fMRI(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 연구 결과를 통해서 추가적으로 발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두 연구 모두 해당 뇌영상 분야 인용지수 1위인 국제 저명 학술지 'NeuroImage' (인용지수: 7.4)에 발표됐고, 이번 fMRI 뇌영상 연구는 10일 온라인 게재됐다.
민병경 교수는 교대로 빠르게 깜박이는 빨강색과 녹색을 본 피험자가 어느 순간에 이 두 가지 색의 혼합색인 주황색을 느낄 때의 뇌영상을 분석해 인간의 의식적 지각을 연구하는 실험을 설계했다.
이 혼합색인 주황색은 피험자에게는 실제 보여주지 않은, 물리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색으로서, 인간 뇌의 정신 세계에서만 형성된 마음 속의 색깔이어서, 의식적 지각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흥미롭고 결정적인 실험 디자인으로 사용됐다.
▲ 민병경 고려대 뇌공학과 교수, 서지혜 고려대 뇌공학연구소 연구교수, 김대진 미국 인디애나 대 심리/뇌과학과 연구원
민병경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고려대 뇌공학연구소 서지혜 연구교수와 미국 인디애나대 심리/뇌과학과의 김대진 박사가 공동1저자로 참여했다.
또한 민병경 교수가 이미 10여년 전에 발표한 시상 중심의 인간의 의식에 대한 이론적 모형 가설을, 2020년 MEG 뇌자도 연구와 이번 fMRI 뇌영상 연구를 통해서, 인간의 뇌 신호를 연구하는 두 축인 뇌파 실험과 뇌영상 실험 양쪽 모두의 실험적 결과로 뒷받침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
이번 fMRI 뇌영상 연구 결과에서는 시간적 신경 동역학 (temporal neurodynamics) 분석을 통해서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빨강/녹색에 대한 인식과 정신적에서만 형성된 혼합색인 주황색 인지의 차이가 기초적인 정보 처리를 담당하는 시상-피질의 부분에서는 일어나지 않고, 고차적원인 정보 처리를 담당하는 시상-피질 부분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추가적으로 발견했다.
이는 인간의 의식적 지각이 뇌의 고차원적인 신경망에서 발생하고, 나아가 뇌로 진행된 신호의 뇌 안에서의 반복적 순환(looping)이 의식적 지각의 중요한 속성임을 나타내 주는 결과이다.
의식에 대한 연구는 뇌와 마음 사이의 관계에서 오래된 핵심 난제이며, 인간의 인지 기능 중에 가장 고차원적인 기능으로, 세계적으로도 아직 그 신경생리학적 원리가 밝혀지지 않은 분야이다.
민병경 교수는 "인간 시상의 핵심적 억제 역할을 담당하는 시상망핵(TRN)은 사과껍질처럼 얇아서 현대의 뇌영상 기술로는 그 억제 작용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은 난관을 극복하고 인간의 의식적 지각이 시상의 억제와 관련된다는 연이은 2개의 실험 결과로 시상망핵(TRN)이 인간의 의식적 지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라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인간의 의식적 지각이 시상의 억제 작용과 관련돼 있다는 것을 뇌파(MEG)와 뇌영상(fMRI) 실험 모두에서 보여준 최초의 결과여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휴먼플러스 융합연구개발 과제로 진행됐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ㅣ 사진. 고려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