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뇌가 치매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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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명상 | 기자 |입력 2012년 02월 10일 (금)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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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독성물질이 쌓여 기억력이 떨어지고 지적 능력과 운동 능력까지 상실해 결국 사망에 이르는 치매는 그동안 주로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나타나는 병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종영한 TV 드라마 ‘천일의 약속’의 여주인공처럼 치매 환자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젊은 치매, 남의 일이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의하면 20~40대 젊은 치매 환자는 2006년 780명에서 2010년 1,305명으로 4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중년 치매 환자도 급증했다. 50대 치매 환자는 2006년 3,049명에서 2010년 6,088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대한치매학회는 전체 치매환자 40만 명 가운데 65세 미만 환자가 2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초로기初老期 치매는 노년기 치매보다 상황이 심각하다. 치매에 걸리면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하는 등의 평범한 삶 자체를 아예 꿈꿀 수 없다. 서른 살에 치매 판정을 받은 김상철 씨는 기억력 장애로 제대로 일처리를 하지 못해 직장에서 해고당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잊어버려 동네 공원에서 보름 동안 노숙을 하기도 했다. 한창 활동할 나이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상실감이 환자를 엄습한다. 가족들의 고통도 무시할 수 없다. 치매의 특성상 오랜 치료와 간병이 요구되기 때문에 경제적인 타격과 심리적인 고통을 동반한다.


대한치매학회는 초로기 치매 환자가 늘고 있는 이유로 스트레스 등의 환경적인 요인과 유전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특히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심장병 등의 병이 있으면 뇌의 혈관에 영양과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20~30대부터 나타나는 치매는 유전적 요인이 강하다. 가족 중 치매 환자가 있으면 발병할 확률이 높다. 

완치 불가능한 치매, 예방이 중요하다
치매는 사실상 완치가 불가능하므로 무엇보다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 위험인자를 조기 발견해 이를 차단하면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고, 발병한 후라도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치매는 유전적 영향과 환경적 영향이 결합된 질환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식생활이 불규칙하고 운동이 부족한 사람이 걸리기 쉽다. 특히 요즘같이 식습관이 서구화된 환경에서는 혈관성 치매의 위험도도 높다.

전문가들은 치매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뇌를 많이 쓰는 것이라고 제안한다. 잘 쓰지 않는 기계가 녹스는 것처럼 뇌도 마찬가지다. 세인트미카엘병원 연구팀은 두 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알츠하이머 질환 발병 전 뇌 손상이 두 배가량 적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메이요클리닉 연구팀은 책을 많이 읽거나 게임, 뜨개질 등 손을 많이 쓰는 취미를 가진 사람은 기억력 손상 정도가 40%가량 감소했다고 밝혔다.

당뇨, 고혈압, 비만은 뇌졸중을 일으켜 혈관성 치매를 일으킬 위험이 높기 때문에 평소 생활 습관도 잘 관리해야 한다. 템플대학 연구팀은 초기 혹은 중기 알츠하이머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건강한 식습관만 가져도 치매 진행 속도가 늦춰진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퍼시픽 의료센터 리서치연구소 연구팀은 저녁형 인간이 아침형 인간보다 치매나 인지장애가 발병할 위험이 80% 높다고 밝혔다. 심지어 러시대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인생의 목표가 뚜렷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지 않을 확률이 2.4배나 높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뇌를 많이 써서 인지 기능을 단련하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사회생활을 적극적으로 하고, 책 읽기, 신문 읽기, 바둑, 장기, 고스톱 등 평소에 뇌와 손발을 쓰는 여가 활동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

많이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다. 걷기, 달리기, 스트레칭 등을 하루에 30분 이상 꾸준히 하면 뇌에 산소를 공급해 치매 발병 확률을 낮출 수 있다.

뇌를 많이 쓰면 치매 증상 나타나지 않아
재미있는 것은 뇌가 이미 치매에 걸렸더라도 평소에 두뇌를 얼마나 썼느냐에 따라 증상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켄터키대학교의 데이비드 스노든 박사 연구팀은 노트르담 수녀회 수녀들을 대상으로 뇌가 어떻게 노화하는지를 연구했는데, 그들 중 한 명인 베르나데트 수녀는 85세에 심장마비로 사망할 때까지 지능 검사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후에 수녀의 뇌를 열어보니 해마와 신피질이 온통 뒤엉켜 있고, 알츠하이머의 표식인 플라크가 잔뜩 끼어 있었다고 한다. 수녀는 알츠하이머병 등급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인 6단계였는데도 죽기 전까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전혀 불편이 없었으며, 인지 능력도 매우 뛰어났다.

뉴욕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의 로버트 카츠만 박사팀의 연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드러났다. 1988년 시행한 연구에서 양로원 거주자 137명의 뇌를 사후에 해부한 결과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를 가지고도 높은 인지 수준을 유지한 예외적인 사람들이 존재했다.

카츠만 박사는 이 결과를 토대로 교육을 더 많이 받았거나 평소에 뇌를 많이 쓰는 일을 한 사람들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낮고, 뇌가 알츠하이머 증상을 갖고 있더라도 인지 능력에 장애가 훨씬 적다고 밝혔다. 컬럼비아 의과대학 신경과학자 야코브 스턴과 동료인 닉 스카미스도 육체적, 지적, 사회적 활동이 인지 능력 감퇴와 치매를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 이제 우리의 관심사는 단순히 오래 사는 데 있지 않다. 얼마나 건강하게, 삶의 질을 온전히 누리면서 사느냐가 앞으로 건강 수명의 잣대다. 기억을 잃어버리고,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결국 인간의 존엄성마저 갉아먹는 치매를 예방하려면, 결국 뇌를 잘 써야 한다.

글·전채연 ccyy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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