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장을 잘 느끼게 되면,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감정 조절 능력과 공감력이 향상되어 대인관계가 향상되어 결국에는 삶의 질이 높아진다!”
# 장의 생명력 느끼면 미주신경의 발달 가져와
자신의 생리적 현상 즉, 자신의 장의 상태를 느끼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자연적으로 자신의 생리적 내적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어 집중력이 향상된다. 일반적으로 모든 명상은 호흡과 같이 현재 발생하고 있는 자신의 내적 정보(감각, 생각, 감정 등)에 주의 집중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된다. 이때 비로소 우리는 '지금 현재(here and now)'에 머물 수 있게 되어, 과거의 회한으로부터 오는 우울감이나 미래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오는 불안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된다. 사실, 현존하는 것은 지금 나의 심장이 박동하고 숨 쉬고 소장이 영양분을 흡수하는 생명 현상뿐이다. 그래서 현재에 집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내적 생명력을 느끼는 것이다.
학자들은 자신의 생명력을 느끼게 되면 미주신경(vagus nerve)의 발달하게 된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알아냈다. 이 신경이 발달하게 되면 자율신경계 조절에 큰 영향을 준다. 예를 들면, 우리가 너무 긴장해서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될 때에는 교감신경계를 완화시키고, 반대로 부교감신경계가 과잉되면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켜 자율신경계가 항상성을 갖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미주신경과 관련한 아주 재미있는 연구가 있다. 미주 신경이 발달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을 살고 긍정적이고 쾌활한 삶을 산다고 한다. 더불어 감정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공감력이 향상되어서 긍정적 사회관계를 형성에 도움 주어 사회적인 대인관계가 원활하게 된다고 한다(Kok et al., 2013; Porges, 2007; Talyor, Eisenberg, & Spinrad, 2015; Stellar et al., 2015).
# ‘제 2의 뇌’ 장의 건강이 심신건강의 비결
우리 장에서는 약 4~6억개의 뉴런이 존재한다. 이를 장신경계(enteric nervous system)라고 하며, 약 1,000억개의 뉴런이 있다고 알려진 뇌를 제외한 다른 부위들보다 장에는 유독 신경이 많기 때문에 소위 '제 2뇌'라고 부르기도 한다. 쥐의 뇌에 있는 신경세포의 수보다 약 3배나 많다고 한다. 우리의 장은 쥐보다도 똑똑하다!
우리 인체의 도파민의 50%와 세로토닌의 95% 정도가 장과 관련이 있다. 세로토닌이 부족하게 되면 감정조절이 어려워져서 공격 성향을 갖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배꼽힐링이나 장운동을 통해 장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특히,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장 속의 미생물들은 감정의 중추인 대뇌 변연계와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한다. 장에는 100조개의 미생물들이 살고 있으며, 이 미생물들이 장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장내 세포에 영양분을 제공하고, 정서나 행동, 면역시스템에 영향을 준다(Collins, Surette, & Bercik, 2012; Fetissov & Dechelotte, 2011).
캐나다 맥매스터 대학의 콜린스(Collins) 박사팀은 우리 장내 미생물과 뇌와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연구한 결과를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장 속의 미생물들이 건강해지면 좋은 호르몬을 내고, 이 호르몬이 장 점막의 신경들과 상호작용하여 세로토닌을 만드는 전구 물질인 5HT를 생성하게 하여 대뇌 변연계에 전달되면서 세로토닌을 분비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면역계(cytokines, B-cell)와 기타 많은 신경전달물질을 생성하는데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
따라서 장 속의 미생물들과 장과 상호작용은 변연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장의 상태는 감정에 많은 영향을 준다. 쉽게 말해, 장이 튼튼한 사람은 기본 정서 상태도 좋은 것이다. 이러한 체계를 학자들은 '장-뇌 축(Gut-Brain Axis)'이라고 부르기도 한다(Fetissov & Déchelotte, 2011).
# 장 튼튼, 마음 튼튼!
우리가 스트레스나 부정적 감정을 갖게 되면, 뇌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방출하고 이 호르몬이 장에 전달되어 미생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기분이 나빠진(?) 미생물들은 나쁜 호르몬을 내고, 이 호르몬이 장에 악영향을 주게 되어 결국 대뇌변연계에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도록 한다. 그야말로 악순환이 이루어지게 된다. 사회생활을 하는 우리는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스트레스 환경에서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악순환이 생기기가 쉽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장운동을 통해 의도적으로 장을 운동시키면 미생물들이 활성화되어 여러 면에서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기에 삶의 질을 높여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장운동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다.
콜린스 박사와 베르식(Bercik) 박사는 아주 재미있는 실험을 하였다. 쥐에게는 불행한 실험 일지도 모르지만. 이 연구자들은 장의 미생물과 대뇌변연계의 상호작용이 정서에 영향을 준다면, 장의 미생물을 서로 바꾸면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했다. 실제로 온화한 성격의 쥐와 까칠한 성격의 쥐의 장에 있는 미생물들을 바꾸었더니, 놀랍게도 성격도 바뀌었다는 것이다!
# 성격을 바꾸고 싶은가? 배꼽힐링과 장운동 추천
우리는 세상을 혼자만으로 살 수 없다. 장 속의 미생물이 우리의 성격이나 정서에 영향을 주듯이, 우리 몸 안에서의 좋은 공생 관계는 좋은 대인관계를 가질 수 있는 성격을 갖도록 도와준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미주 신경이 발달하게 되면 공감력의 향상을 가져온다. 누군가를 도와주려면 내 안에서 공감이 먼저 일어나야 한다. 공감력 제로는 사이코패스와 같은 반사회적 성격을 갖게 한다(Baron-Cohen, 2011). 요즘 방송 매체에 자주 언급되는 '묻지마 범죄'는 공감력 상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타인의 아픔을 공감할 수 없으니, 타인에 대한 해침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배꼽힐링과 장운동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생리적 정보를 잘 알아차리고 미주 신경을 발달시켜 자율신경계 조절, 감정 조절, 공감력을 향상시키고, 장 속의 미생물들을 건강하게 만들어 좋은 공생관계를 만듦으로써 타인과의 조화로운 공생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모든 효과는 결국 자기조절 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진다.
내 감정(몸)은 내가 아니라 내 것이다!
글. 이승호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참고문헌]
· Baron-Cohen, S. (2011). 공감제로: 분노와 폭력, 사이코패스의 뇌 과학. (홍승효 역). 서울: 사이언스북스.
· Bercik, P., Denou, E., Collins, J., Jackson, Lu, J., Jury, J., ... & Collins, S. M. (2011). The intestinal microbiota affect central levels of brain-derived neurotropic factor and behavior in mice. Gastroenterology, 141(2), 599-609.
· Collins, S. M., Surette, M., & Bercik, P. (2012). The interplay between the intestinal microbiota and the brain. Nature Reviews Microbiology, 10(11), 735-742.
· Fetissov, S. O., & Déchelotte, P. (2011). The new link between gut–brain axis and neuropsychiatric disorders. Current Opinion in Clinical Nutrition & Metabolic Care, 14(5), 477-482.
· Kok, B. E., Coffey, K. A., Cohn, M. A., Catalino, L. I., Vacharkulksemsuk, T., Algoe, S. B., ... & Fredrickson, B. L. (2013). How positive emotions build physical health perceived positive social connections account for the upward spiral between positive emotions and vagal tone. Psychological science, 24(7), 1123-1132.
· Porges, S. W. (2007). The polyvagal perspective. Biological psychology, 74(2), 116-143.
· Stellar, J. E., Cohen, A., Oveis, C., & Keltner, D. (2015). Affective and physiological responses to the suffering of others: Compassion and vagal activit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8(4), 572.
· Taylor, Z. E., Eisenberg, N., & Spinrad, T. L. (2015). Respiratory sinus arrhythmia, effortful control, and parenting as predictors of children’s sympathy across early childhood. Developmental psychology, 51(1), 17.
· Collins, Surette, & Bercik, 2012. Nature Reviews Microbilogy, 10(11), 735-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