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인성영재학교 1기 졸업생 신채은 양, 재학 중인 고등학교에 '위안부 소녀상' 세우기 캠페인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은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 아이들의 다양성을 존중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각자 다른 사람들의 가치, 자신의 소중함을 모르고 오로지 사회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선생님과의 10분 상담 만에 진로를 결정하는 아이들, 성적에 맞춰 남들 가는대로 살아가는 아이들, 저는 벤자민학교를 다니며 이런 현실을 바라보는 눈이 생겼습니다."
▲ 벤자민학교 1기 졸업생 신채은 양이 지난 26일 인천 연수구 여성의 광장에서 열린 '2016 꿈 & 진로 토크콘서트'에서 성장스토리를 발표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교장 김나옥) 1기 졸업생 신채은 양(19)이 지난 26일 인천 연수구 여성의 광장에 열린 '2016 꿈 & 진로 토크콘서트'에서 발표한 내용 중 일부이다. (관련 기사 ▶클릭!) 이날 벤자민학교 졸업 후 복학해 자신의 꿈과 비전을 실현해가는 채은 양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채은 양은 학교에 돌아가 학급 부반장, 학생회 부장, 동아리 차장, 자율 동아리 부장 등 여러 가지 책임을 지는 '리더'의 자리에서 많은 활동을 했다. 주요 활동으로는 ▲학생과 교사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고마움의 날' 캠페인 ▲4월 16일 세월호 추모 관련 캠페인 ▲위안부 후원금 모으기 및 소녀상 건립 등을 기획·진행했다. 그중 위안부 소녀상 건립 황동은 채은 양이 다시 한번 두려움을 넘을 수 있는 계기였다.
Q. '위안부 소녀상 건립'을 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벤자민학교에서 '세상 사람들의 영혼을 깨우는 사람' 즉, 사람들이 자신의 진짜 가치를 알게 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이 생겼어요. 그리고 작년, 복학할 때 다짐이 '나는 지금 이 순간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자'라는 것이었죠. 그래서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인권보호나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하는 자율동아리 '하랑: 그린 나래'를 만들었습니다.
'하랑'이란 함께 사는 세상에서 최고가 되라는 의미고 '그린 나래'는 그리 듯이 아름다운 날개 라는 순우리말로 작은 날갯짓이 큰바람을 만든다는 뜻에서 지었어요. 동아리를 개설하고 우리가 제일 잘 대변할 수 있는 사회적 이슈가 뭘까? 고민하다 위안부 할머님들을 생각하게 됐죠. 처음에는 그저 위안부 나눔의 집에 기부금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지하철을 다니면서 첫 칸부터 마지막 칸까지 모금 활동을 했죠.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00 고등학교 자율동아리 '하랑'입니다" 라고 시작해 위안부 문제를 이야기했어요. 종일 이것을 반복했죠. 결국 130만원을 모았고 올해 2월 나눔의 집에 기부금을 드렸습니다.
이후 SNS를 하다 우연히 이화여고에서 시작된 "대한민국 100개의 고등학교에 100개의 작은 소녀상을"이라는 캠페인을 보게 됐어요. 학생들의 힘으로 50만원 상당의 돈을 모으면 '작은 위안부 소녀상'을 세워주는 캠페인이죠. 이것이야말로 우리 손으로 직접 할 수 있는 활동이라 생각했어요."
▲ 신채은 양과 동아리 부원들의 '위안부 소녀상 세우기' 캠페인으로 만들어진 작은 위안부 소녀상
Q. 과정은 어땠나요?
"학교 안에서 해야 하는 일이라 교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 학생부장 선생님, 동아리 부장 선생님의 허락을 받아야 했어요. 또 학생들의 참여를 끌어내야 하는 활동이기에 부담감과 두려움이 있었어요. 이로 인해 동아리 부원들끼리 의견충돌과 다툼도 있었죠.
우리 학교 안에서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이례적인 일이기에 무서웠던 것 같아요.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고요. 하지만 저는 벤자민학교 1기도 도전하고 경험했잖아요. 나 자신을 믿고 그냥 시작하면 누구라도 이 마음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부원들과 다시 합심하여 무작정 교내에 캠페인 홍보 포스터를 붙이고 다녔어요.
처음에는 반응들이 거의 시원찮은 거예요. 포스터를 보신 선생님들이 저에게 오셔서 "너 진짜 이거 할 수 있어?" 라며 믿기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죠. 어떤 선생님은 "나는 아예 책임을 지지 않겠다"라고 하셨어요. 또 포스터를 붙이자마자 보고는 "나 이거 안 할래"라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었고요. 이 일로 인해 동아리 전체가 다시 흔들리고 있었죠.
우리가 주저하고 있을 때 한 선생님께서 저를 찾아오셨어요. 그리고 삼만 원을 선뜻 내주셨죠. 이어 "너희 이 캠페인 아직 시작 안 했으면 이 돈으로 시작하라"고 하셨어요. 그때 정말 큰 감동이었고 우리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것을 시작으로 동참하는 선생님들이 한 사람씩 생겼어요. "좋은 일 한다"고 칭찬·응원하는 선생님도 많아졌고요.
▲ 채은 양이 부장을 맡고 있는 자율동아리 '하랑'에서 진행한 '위안부 소녀상 세우기' 캠페인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첫 시작을 하고 모든 반을 돌아다니며 우리의 뜻을 알리는 글을 낭독했어요.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 우리와 같은 시기에 아픔을 겪으신 위안부 할머님들을 기억할 수 있는 건 우리밖에 없다. 우리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아픔을 기리고 기억하는 것이다. 학교 안에 학생들의 힘으로 소녀상을 세운다면 우리는 교내에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하자 많은 아이들이 공감하고 동참했어요.
사실 학생들이 돈이 그렇게 많지 않을 텐데 선뜻 2만원을 내거나 자신의 일주일 치 용돈을 모두 내고 가는 학생도 있었죠. 마지막에는 66만 110원이 모였어요. 남은 금액은 모두 나눔의 집에 기부하고 학교에 소녀상이 들어오게 되었죠."
Q. 소감이 어떤가요?
"초반에는 동아리 부장으로서 책임감과 부담감이 컸어요. 그러나 일이 진행되면서 말로만, 생각만 했던 일들이 이루어지면서 어떤 일을 결심하고 나를 믿기만 한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어요. 꽃다운 시기에 아픔을 겪으신 할머님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했다는 것과 많은 사람의 참여를 이끌었다는 것이 뿌듯하고 기뻐요.
▲ 신채은 양은 앞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것이라 다짐했다.
이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어요. 공식적인 일에는 항상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과 간단한 보고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내가 절실하다면 힘들이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천천히 따라와 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와 우리 팀원들의 마음을 알아준 많은 학생과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내 진심을 담을 수 있는 캠페인을 계속 기획하고 진행하며 영혼을 깨우는 교육가, 국제 봉사 활동가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냥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이 진짜 자기 자신을 알고 얼마나 가치 있고 존중받을 수 있는 사람인지 알려주는 스승이 되려 합니다."
글. 황현정 기자 guswjd752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