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 뇌의 특별함, 명상

장래혁의 휴먼브레인

 지난 100년간 뇌과학의 가장 놀라운 연구 중 하나로 손꼽히는 ‘뇌가소성(Neuro Plasticity)'은 오늘날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간 뇌의 놀라운 성장과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신경세포는 한번 가지고 태어나면 영구적으로 손상, 소멸된다는 기존 가설을 뒤엎는 결과로 과학계에 충격을 주었다. 그렇다면, 뇌에 어떻게 변화를 줄 수 있을까? 
 
두뇌계발은 뇌와 몸이 하나, 모두 연결되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일반 성인이 뇌에 관해 하는 가장 큰 오해는 첫째 뇌를 쭈글쭈글한 두개골로만 인식하는 것, 둘째 무의식적으로 뇌를 하나의 신체기관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신체의 조절은 뇌상태의 변화를 가져온다. 척수를 통해 몸 곳곳에 뻗어 있는 신경계와 수많은 감각기관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신체 움직임은 몸의 이완을, 바른 호흡은 뇌를 건강상태로 만들어내며, 감정의 조절은 호르몬의 변화를 가져온다. 명상은 몸의 이완에서 시작된다. ‘이완된 집중’이라는 명상은 뇌파와 호르몬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놀라운 인간 두뇌의 고등기능이다.

뇌의 목소리라고 할 수 있는 뇌파(EEG)는 뇌의 전기신호로 뇌 상태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잡념이 많을 때, 집중을 할 때, 몰입을 할 때 모두 뇌파상태가 달라진다. 거꾸로 뇌파를 조절할 수 있는 원리와 방법을 안다면 자신의 뇌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명상'은 기본적으로 ‘이완된 집중모드’의 뇌 상태를 형성한다. 우리가 등산을 하면 산을 오르는 동안 신체 근육 곳곳이 자극되고 이완되면서 몸이 편안해지고, 생각이 점차 없어지는데 이 상태가 바로 명상의 초기 모드와 유사하다. 그 때 눈을 감고 조용히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명상의 간접 효과를 맛볼 수 있다.

이러한 뇌상태의 변화를 촉진시키는 것이 바로 자연의 소리가 갖는 이른바 ‘백색사운드(White Sound)' 효과이다. 특정대역을 자극하는 소리가 아닌 전체 대역에 폭넓게 걸쳐 있는 사운드, 이런 소리는 자주 들을수록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뇌파가 가라앉으면서 심신이 편안해지는 효과를 가져 온다. 이런 소리가 들리면 뇌파가 거기에 맞춰지면서 동조현상이 일어나고 심신의 평온함을 가져온다. 중요한 것은 그 뇌파를 조절하고 활용할 수 있는 힘이 바로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뇌파는 결국 나의 몸과 뇌가 만들어내는 활동이며, 그 움직임과 의식을 내가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특별한 존재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 인간의 뇌만큼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가진 존재는 없으며, 태어난 이후 이토록 많은 뇌의 변화를 가져오는 존재 역시 단연코 없기 때문이다. 집중과 몰입,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상상, ‘나는 누구인가’로 대표되는 내면탐색 또한 인간의 고등정신 능력이다. 동양정신문화의 정수로 손꼽히는 ‘명상’이 다국적 IT기업을 비롯해 서구에서 스트레스 관리를 넘어 몰입과 통찰, 창의성 계발의 방법으로 주목받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인간 뇌의 특별함, 명상의 세계에 한 번 발을 내딛어 보면 어떨까? 

글. 장래혁 한국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브레인> 편집장 www.humanbra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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