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더우면 옷을 벗거나 시원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식물은 옷을 벗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도 없는데 어떻게 더위를 이기는 걸까?
최근 기후변화로 여름철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식물도 고온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장이 저해되고 씨앗 발아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권석윤, 이하 생명연)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 조혜선 박사 연구팀은 식물이 고온 스트레스에 맞서 살아남는 비밀을 분자 수준에서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기후 적응형 작물 품종 개발과 정밀 유전자 조절 기술 개발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모든 생물의 DNA에는 유전정보가 저장되어 있으며, 이 정보를 복사해서 RNA라는 물질로 바꾼다. 이 RNA 안에는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부분(엑손)과 불필요한 부분(인트론)이 섞여 있어 불필요한 부분을 정밀하게 편집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러한 RNA 편집과정을 ‘RNA 스플라이싱(splicing)’이라고 하며, 실제 편집작업을 수행하는 분자 복합체가 바로 ‘스플라이소좀(Spliceosome)’이다. 스플라이이소좀은 RNA를 정확하게 다듬는 일종의 재단사와 같은 역할을 하여 식물이 기능적인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도와준다.
연구팀은 이 RNA 재단사인 스플라이소좀을 구성하는 핵심조절 단백질인 PP2A B′η(비프라임에이타)을 찾아냈다. 이 단백질은 식물이 고온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스플라이소좀의 작동 스위치를 켜는 역할을 함으로써 RNA 편집과정이 이뤄지고 식물이 고온 환경에 필요한 단백질을 적시에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전 세계 최초로 규명하였다.
또한, 연구팀은 이 핵심조절 단백질의 기능을 좀 더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이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제거하거나 반대로 많이 만드는 실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이 단백질이 없는 식물은 고온에서 씨앗을 틔우지 못하고 쉽게 죽은 반면, 이 단백질을 더 많이 가진 식물은 고온 환경에서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생존율도 높았다.
더불어 이 단백질이 결핍되면 다수의 유전자에서 RNA 편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생존에 필수적인 단백질의 생산이 어려워져 식물이 고온 스트레스에 취약해진다는 분자적 기전도 함께 밝혀냈다.
▲ 고온 스트레스 조건에서 PP2A B′η에 의한 RNA 스플라이싱 조절 모식도 [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책임자인 조혜선 박사는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열에 강한 작물 개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며, 이번에 밝혀낸 PP2A B′η 단백질의 기능은 기후 적응형 작물 품종 개발과 정밀 유전자 조절 기술 개발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본 연구결과는 식물분야 국제 권위지인 『The Plant Cell』(IF 11.6) 2025년 5월 13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되었다.
본 연구는 과기정통부 중견도약연구사업,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사업, 생명연 주요사업, 농진청 차세대농작물신육종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