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가 아니라 네트워크다

브레인 Vol. 24

* 기획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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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교육 | 정소현 기자 |입력 2012년 10월 04일 (목)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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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사용 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가면서 소셜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온라인 네트워크가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위협하는 웹 2.0시대에 소셜미디어는 과연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터넷상에서 이용자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 트위터, 싸이월드, 페이스북 등이 대표적이다)의 홍수다. 이제 블로그와 싸이월드는 식상해진 지 오래고,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모바일과 결합된 SNS가 우리 생활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140자 단문 블로그 트위터는 국내 이용자 100만 명이 넘어가면서 급격한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트위터가 뭐냐고 묻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사실 이전에도 SNS는 상당히 진화해 왔다. 블로그나 싸이월드 등이 이미 보편화되었고, 페이스북도 조금씩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 중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중에 유독 트위터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모바일과 결합되면서 강력한 실시간 소셜네트워킹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트위터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폭발적이다. 일단 사용자 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국민 PC가 보급되고 나서 국민 대다수가 인터넷을 사용하게 된 것처럼, 국민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 트위터가 보편적인 정보전달 매체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로 트위터가 매스미디어에 비해 기동성이 탁월하다는 것은 여러 사례를 통해 증명되었다. 이란 대선 시위나 이라크에서 미군이 저지른 고문 등 굵직한 국제적인 뉴스들이 언론 매체보다 트위터를 통해 먼저 알려졌고, 얼마 전 태풍 곤파스가 수도권을 강타했을 때는 각 지역의 피해상황을 실시간으로 가장 먼저 전달한 것도 트위터였다.


네트워크는 힘이 세다

이처럼 소셜미디어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셜 네트워크 e혁명》에서는 그 핵심이 ‘권력의 분산’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매스미디어에 의해 일방적으로 정보를 수용하기만 하던 대중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권력이 이동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중앙집중, 상명하복, 지휘통제가 특징인 전통적 권력이 힘을 못 쓴다. 오히려 주변부에 물러나 있던 소수집단의 목소리가 동등하게 대우받으면서 누구든지 자유롭게 발언하고 참여하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동체 문화가 형성된다. 그러한 가운데 집단지성이 발휘되고 그 힘으로 변화의 가능성이 열린다. 

이메일을 보내고 정보를 올리는 차원의 웹 1.0시대에서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창조성과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웹 2.0시대로 넘어가면서 권력은 제도에서 네트워크로,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 시스템으로, 관료주의에서 개인으로, 중심에서 주변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 집단은 예전처럼 정보를 독점할 수 없고 무소불위의 권위를 휘두를 수도 없다. 오히려 이름 없는 대중들이 정보의 수용자에서 생산자, 전파자 역할을 자처하면서 사회 변화를 주도하게 된다.

권위와 위엄을 자랑하는 브리태니커백과사전이 집단지성으로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밀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웹 2.0시대에는 시장의 권력도 기업에서 소비자에게로 옮겨간다. 기업이 아무리 마케팅 전문가를 동원해 그럴 듯한 마케팅을 펼쳐도 네트워크로 연결된 깐깐한 소비자들의 가차 없는 품질평가를 당해낼 수는 없다. 그래서 종종 다윗이 골리앗을 무너뜨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발달하면서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구매에 개입하기도 한다. 소셜 쇼핑 사이트에 상품이 올라오면 소비자들이 최소 공동구매 인원을 충족시켜 가격할인을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동참하는 것이다.

물론 예전에도 공동구매 형태는 있었지만 SNS가 발달하면서 구매 최소 충족 인원을 빠른 시간에 모을 수 있어 그만큼 파급력이 커지고 있다.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있었던 국회 인사청문회 때 총리와 장관을 자진 사퇴시키는 데 적지않은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소셜미디어다.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민 검증시대가 열리면서 ‘범법의 달인’들을 걸러내는 적극적인 개입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미국의 유명한 블로거 브리스 브로건은 평범한 시민이 자기 목소리를 내며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가는 현상을 ‘아주 작은 혁명’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웹 2.0시대에는 진정한 참여민주주의가 꽃피고 세상이 조금씩 나아질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이 팽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람 냄새 나는 트위터 세상?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트위터를 위시한 SNS 서비스가 즐거운 이유는 사람을 향한 서로의 관심 때문이다. 이전의 싸이월드 서비스가 지인들끼리의 친목도모 중심이었다면 트위터 등의 서비스는 전 세계 불특정 다수와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트위터 이용자 짱PD는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이 나의 짧은 멘트에 답장을 해주고, 개인적인 고민에 걱정과 위로를 해준다. 위급한 일이 생기면 RT(리트윗:전달 기능)를 이용해 도움을 주고,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공통의 관심사가 생기면 함께 감동하고 환호한다.

팔로우(Follow: 사용자들과 인맥을 연결하는 기능)라는 가는 실로 연결된 관계 속에서 상대가 가진 메시지에 주목하게 하는 트위터 시스템은 결국 이용자들이 대화를 나누면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차가운 웹상에서도 따뜻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고, 공유할 가치가 있는 정보는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확산시킬 수 있는 것이 트위터의 매력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초기 트위터 이용자들 중에는 최근의 너무 많은 노이즈(각종 상품 광고, 마케팅, 이벤트 등)에 환멸을 느껴 트위터를 접거나 흥미를 잃은 사람들도 많다.

소통을 위해 시작한 트위터가 오히려 소외감만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트위터 이용자 함영민 씨는 “사실 내가 트위터를 두려워하는 것은 누군가가 나의 재잘거림을 듣고 싶어 할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트위터 안에서 인맥 네트워킹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왕따로 전락하는 느낌이 드는데, 이런 상대적인 소외감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이유로 처음에는 기대에 차서 트위터를 시작했다가 시들해진 사람도 적지 않다.

다른 사람들의 잡담만 가득하고, 트윗(트위터에 올리는 글)을 올려도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분위기에 당황하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고안된 서비스가 오히려 군중 속의 고독을 절감하게 하는 셈이다.

범람하는 SNS 서비스에 대해 피로감과 불편함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다음 블로거 미도리는 “바쁜 생활 중에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느라 잠까지 줄여야 했는데, 이제 트위터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반갑지만은 않았다”고 푸념했다.

확실히 역동하는 웹 2.0시대에 범람하는 SNS 서비스에 대한 혼란은 한동안 계속될 듯하다. 싸이월드와 블로그에 이어 트위터와 페이스북까지, 같고도 다른 SNS 서비스를 모두 활용할 수 있다면 자신의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겠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품과 시간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 만능주의를 경계하라

그럼에도 이제는 사람들의 대화가 웹에서 소셜미디어로 이동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현 단계의 소셜미디어는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동시에 그 논의가 상당히 과열된 측면도 없지 않다.

혹시 유행에 휩쓸려 소셜미디어 만능주의에 빠져 있다면 실제로 소셜미디어가 해줄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얼른 알아차려야 할 것이다. 온라인 네트워크가 오프라인 네트워크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것처럼 소셜 미디어는 우리가 바라는 네트워크의 아주 일부분만을 보완해 줄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감당해야 할 대화의 양은 실로 어마어마하며, 그 과정에서 받게 될지도 모를 상처 또한 미리 각오해야 한다. 물론 소셜미디어는 이점도 많다. 트위터가 사랑받는 이유는 빠른 ‘공유와 확산’이라는 웹 2.0의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정보를 재빠르게 확산시키고, 사람들의 반응을 신속하게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으며 세력을 규합해 파워를 형성해 나갈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때로는 도구의 편리함보다 그 존재가 가지는 철학 자체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기도 있는 법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서비스는 단지 도구일 뿐이다. 이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오로지 사용자의 몫이다.

본질적인 것은 웹 2.0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지향해서 이 기술을 활용하는가이지 단순히 기술 자체의 발전에 열광할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어떤 변화든 결국 그것을 완성해 나가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앞서가는 기업 이미지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것이 허망한 것처럼 오프라인에서조차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 끈끈한 인간관계를 온라인으로 쉽게 만들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종국에는 온라인에서 쌓인 네트워크가 오프라인까지 이어져야 비로소 진정한 네트워크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손석춘 원장(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은 블로그나 트위터를 통해 이루어지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의견 개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인터넷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인터넷 문화를 깊이 연구한 학자들은 온라인으로 세상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인터넷으로 뜻을 모은 사람들이 실제 행동에 들어갈 때 비로소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열된 SNS 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우리 모두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오늘 점심에 뭘 먹었는지 트윗하는 시간에 지인들에게 안부문자라도 하나 더 보내는 것이 내밀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는 더 효과적이다.

다소 아날로그적인 사고방식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SNS 서비스가 아무리 발달해도 행복의 절대 조건은 변하지 않는다. 하버드에서 80년 동안 인간행동발달 연구를 진행하면서 인간의 행복은 다양한 사람들과 폭넓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평생 한두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데서 충족된다고 했던 조지 베일런트의 말처럼. 

그러니 지금 소셜미디어에 빠져 있다면 ‘왜?’ 그것에 열광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어떤 가치를 공유하고 제공하기 위해 소셜미디어가 필요한가’.

그에 대한 해답을 자기 정체성으로 확보해 놓지 않으면 급변하는 웹 2.0시대에 우리들의 자화상은 자명하다. 정보의 바다에서 목적 없이 부유하거나 범람하는 인적 네트워크에 허우적대다 익사하거나.

글ㆍ전채연 ccyy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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