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이 충치를 만든다

먹방이 충치를 만든다

감각 디톡스

브레인 114호
2026년 01월 16일 (금)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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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방이 충치를 만든다 [사진=게티이미지]


충치 유발 간식 섭취율이 증가하면서 충치도 늘고 있다

먹방이 충치를 만든다니, 상당히 엉성한 표현이지요? 자연스럽게 표현해 보자면 ‘먹방은 보이지 않게 충치 체질을 만든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 통신망의 발달, 유투브의 폭발적 성장 시기와 맞물린 편의점의 증가로 아이들은 지난 2010년 이후 형형색색의 인공색소와 석유 기반 화학물질의 가짜 ‘향’을 입힌 설탕의 맛에 대책없이 노출되었습니다. 

단것을 많이 먹으면 충치가 잘 생기고 살도 찌고 면역력도 떨어지긴 하겠지만,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긴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많은 연구에서 설탕 소비가 정서적 취약성을 증가시키고 중독성 행동을 보일 수 있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습니다[1]. 무언가 단단히 잘 못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경제 수준이 높을수록 충치가 줄어든다’는 개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맞지 않는 말이 되었죠. 한국 질병관리청의 보도에 따르면 12세 영구치 우식(충치) 경험률은 60.3퍼센트로 최근 10년간 증가 추이에 있습니다. 이는 칫솔질 실천과 우식성 간식 및 음료 섭취 등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여지는데, 우식 유발 간식 섭취율이 58.1퍼센트, 음료(1일 2회 이상) 섭취율은 29.4퍼센트로 증가 추이가 뚜렷했습니다[2]. 

이러한 추세를 저는 진료실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잇솔질에 신경 써 줄 수 있는 나이에서 벗어난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 아이들이 오랜만에 치과에 내원했을 때, 놀라울 정도로 많은 충치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단것을 많이 먹으면 이가 썩는다’는 말은 탕후루나 화려한 젤리 같은 각종 단맛의 유행을 쫓아가야 하는 요즘 아이들의 마음속에서 더 이상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소아 당뇨의 급속한 증가를 일으켰고, 지금은 증상이 없더라도 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떤 질병에 시달리게 될지 걱정스러운 마음입니다. 치과 진료실에서 아이들 충치를 치료할 때 늘 “단 거 좀 줄여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거의 모든 경우 옆에 계시는 부모님이 “단것을 너무 많이 먹어요. 뭐라고 좀 해주세요”라고 하십니다. 

간식의 양보다 빈도가 잦은 것이 치아 건강에 더 좋지 않다

먼저 단것을 먹으면 충치가 생기는 기전을 살펴볼까요. 치아와 골조직은 겉보기엔 비슷하지만 대사의 면에서 차이가 큽니다. 골조직은 지속적인 파괴와 재생 활동으로 리모델링되는 반면, 치아는 한 번 생기면 조직이 거의 정적으로 유지되며 미세한 변화만을 겪습니다. 미세한 변화란 치수(보통 신경이라고 부르는) 내에 분포된 상아모세포의 작용으로 매우 느리게 보상성의 상아질이 형성되는 움직임과, 가장 바깥에 있는 법랑질에서의 이온교환으로 탈회와 재광화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탈회는 치아 표면의 법랑질이 하얗게 부식되는 현상이고, 재광화는 치아 표면에서 빠져나간 칼슘과 인과 같은 무기질 성분을 다시 공급하여 치아의 밀도를 높이고 건강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탈회가 지속되면 충치가 되는데, 이는 산도(pH)와 연관이 있습니다. 침은 기본적으로 중성~약알칼리성(pH7.0 전후)으로 산을 완충하는 작용을 합니다. 구강 내의 산도가 떨어지는 것은 탄산음료(pH2.5~3.5)와 같은 음식 자체의 산과 음식 안에 들어있는 당을 세균이 대사시키면서 만들어낸 젖산이 합해져 일어납니다. 

음식을 먹은 후 침의 산도는 5.5 이하로 떨어져 법랑질의 탈회가 일어나고, 60분 이후에는 침의 완충 작용으로 산도가 7 이상으로 회복되어 법랑질의 표면 결정이 안정화되고 재광화가 일어납니다. 

간식을 자주 먹는다면 산에 노출되는 시간이 지속되어 법랑질이 재광화될 시간이 부족해지겠죠. 따라서 간식의 양보다는 빈도가 잦은 것이 치아 건강에는 더 좋지 않습니다. 
 

▲ [사진=Unsplash]


설탕 섭취가 많을수록 불안이 증가한다 

단것을 먹으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기전도 살펴보겠습니다. 혈당이 높으면 백혈구에 비타민C가 들어가기 힘들어집니다. 대표적인 면역세포인 백혈구가 이동 능력과 항균력 등을 발휘하는 데는 상당히 많은 양의 비타민C를 필요로 합니다[3]. 

그런데 포도당(glucose)과 비타민C(ascorbic acid)는 분자 구조가 매우 비슷하여 문제가 생깁니다. 백혈구에 비타민C가 들여보내질 때 사용되는 통로를 포도당이 선점하여 비타민C가 백혈구 안에 제대로 들어갈 수 없게 되는 것이죠[4]. 

입에서 살살 녹는 초코케이크가 혀를 기쁘게 하는 것은 잠시. 단맛(당)으로 낮춰진 pH는 입안을 산성으로 만들고, 혈액에 들어가서는 비타민C의 중요 작용을 방해합니다. 그러면 뇌에는 어떤 작용을 일으킬까요?

많은 연구에서 설탕 섭취가 많을수록 정서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5]. 달콤한 초콜릿이 나에게 위안을 준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불안해진다니, 어떻게 된 걸까요? 단것이 주는 행복감은 즉각적인 도파민 증가에 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짧은 동영상을 볼 때 작동되는 초고속 도파민 보상 시스템과 같은 것이지요. 

짧은 보상과 높은 빈도의 자극은 도파민 수용체를 감소시키고 더 강한 자극을 원하거나 의존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것이 우울과 불안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또한 설탕이 일으키는 장내미생물의 변화, 만성 염증의 증가도 감정 변화와 이어지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 설탕세를 도입하고 있고, 이는 당 첨가 음료의 소비 감소 효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6].

자극을 멈추는 순간, 회복이 시작된다  

만약 먹방을 시청하는 데에도 세금이 붙는다면? 젤리 먹방을 10분 시청할 때마다 세금을 내야 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 상상해 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수많은 스트레스와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감각적인 욕구들-과식, 단맛, SNS, 소비 등-은 잠깐의 보상일 뿐, 도파민을 급변시키고 전전두엽의 억제력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물질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더 편하고 더 쉬운 보상방법에 많은 이들이 익숙해져 버렸죠. 

감각 회복을 위해 조금 어색하고 불편한 것에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하루에 한 번은 감각 디톡스의 시간을 가져보세요. 전자기기를 1시간 이상 보지 않는다거나, 간헐적 단식을 한다거나, 항상 청각을 자극하던 음악을 꺼본다거나, 눈을 감고 명상을 한다거나, 그 어떤 것이라도 좋습니다. 

자신에게 과도한 자극을 가하는 게 무엇인지 관찰하고, 그것에 쉼표와 마침표를 찍음으로써 혈당도, 도파민도, 구강내 pH도, 뇌파도 안정되는 평화로운 시간 만들어보시기를 바랍니다.
 

글_정다운 치과의사. 유튜브 채널 ‘정다운 그린라이프’ 운영

참고문헌
[1] Jacques A, Chaaya N, Beecher K, Ali SA, Belmer A, Bartlett S. The impact of sugar consumption on stress-driven, emotional and addictive behaviors. Neurosci Biobehav Rev. 2019;103:178-199.
[2] https://www.kdca.go.kr/board/board.es?act=view&bid=0015&cg_code=&list_no=728106&mid=a20501010000
[3] Carr, A. C., & Maggini, S. (2017). Vitamin C and immune function. Nutrients, 9(11), 1211. 
[4] Washko, P., & Levine, M. (1992). Inhibition of ascorbic acid transport in human neutrophils by glucose. Journal of Biological Chemistry, 267(33), 23568-23574.
[5] Barma MD, Goswami K, Barman M, Debroy A. Sweet misery: Association of sugar consumption with anxiety and depression–A systematic review. Obes Rev. 2025;26(1):e13607.
[6] Andreyeva T, Marple K, Moore TE, Powell LM. Outcomes following taxation of sugar-sweetened beverage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AMA Netw Open. 2022;5(6):e2215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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