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카타르' 하면 2022년에 있을 FIFA 월드컵을 개최한다는 것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면서 아프간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1차 거점 역할을 했다는 것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카타르의 수도 도하(Doha)에는 중동 지역 뇌교육 보급을 위해 2016년 설립된 BE-ME(Brain Education Middle East)가 있다. BE-ME의 모하메드 아부 자이나브(Mohammed Abu Zeinab)대표는 회원들과 국학기공 해외 동호인 팀을 결성해 매년 국제국학기공대회에서 참가하고 있다.
국제국학기공대회는 올해도 코로나19 상황으로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되었는데, 오랫동안 직접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담아 화상으로 모하메드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 카타르 뇌교육 기업 BE-ME의 모하메드 대표. <출처=BE-ME 공식 소셜미디어>
Q. 오랜만에 화면으로라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카타르의 미군 공군 기지에서 머물고 있는 아프간 난민들을 위해 자원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저희 회사의 미디어 부서의 직원 한명이 기사를 보고 제안을 했어요. 카타르 정부가 아프간 난민들에게 일시적으로 머무를 장소를 제공하게 되었는데요.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진 임시 수용소에 일만명이 넘는 난민들 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들까지 한꺼번에 모이면서 무척 혼잡해졌다는 내용이었어요.
아프간 난민들을 돕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논의하다 카타르 개발 펀드(Qatar Fund for Development) 국장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이 기관은 카타르 정부의 해외 경제 원조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데요. 마침 저희 회사가 이 기관 직원들에게 매월 뇌교육 세미나를 열고 있었어요.
덕분에 외교부를 통해 아프간 난민들을 위해 비정규 교육을 제공하고 있던 2022 카타르 월드컵 준비위원회(Supreme Committee for Delivery and Legacy)와 연결이 되었습니다. 이 위원회는 우리에게, 아프간 난민 아동 청소년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뇌교육 수업을 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Q. 아이들과 수업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충분하지 않았을 것 같구요.
우선 아이들의 계층이 다양해 무척 놀랐습니다. 성인들의 경우 대다수가 미국 대사관, 군부대, 미국 정부와 연관된 기관이나 단체 등에서 미국을 돕던 아프간 현지인 조력자들입니다. 그러다보니 교육 수준이 무척 높습니다.
아동들의 경우에는 원래 노숙자였던 아이들부터 탈레반과의 전쟁 중에 고아가 된 아이들, 피난 중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 그리고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 등 아주 다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한쪽에 맞추어 수업을 진행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언어 장벽도 문제였습니다. 중동 지역은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읽기 때문에 모두 같은 언어를 사용할 것 같지만, 사실 아프간인은 페르시아어를 사용합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정교한 게임이나 트레이닝을 할 수 없었습니다. 신체의 움직임이나 느낌을 자세하게 설명해야 하는 것들이기 때문이었죠. 다행히 중간에 통역해 주실 분을 구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좀 더 복잡한 집중력 게임과 같은 활동들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아이들의 교육 수준이 천차만별인데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래서 이런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하게 하기 위해서 머리를 쓰는 게임으로 시작했어요. 아이들이 지적 도전 의식을 자극하고 그 다음에 신체 활동으로 들어가는 전략이었죠.
그밖의 아이들은 좀 더 아이들에게 맞게 신체 활동으로 시작해서 감정을 릴리스 하고 기공과 같은 수련을 활용해 상상력과 집중력을 훈련시켰어요.
들고나는 사람들의 이동이 많았기 때문에 그 때 그 때 모이는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수업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었어요. 어떤 아이들은 1~2주 머무르다 가기도 했고, 어떤 아이들은 몇 달씩 있기도 했으니까요.
▲ 카타르 아프간 난민 수용소의 뇌교육 수업 모습 <사진=BE-ME>
Q. 아이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우리의 수업이 얼마나 임팩트가 있는지 잘 몰랐는데, 요즘은 수용소를 돌아다니면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브레인 파워!', '브레인 파워!'라고 외쳐요.
수업 시간에 같이 하는 활동들이 브레인 파워(뇌력)를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해 줬는데요, 내가 걸어가고 있는 걸 보면 브레인 파워의 움직이는 깃발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외치는 거예요.
이번 아프간 난민 자원봉사활동에 월드컵 준비위에서도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한 수업에 준비위 해당 부서 책임자가 위원회 회원 몇 명 데리고 수업 참관을 하러 왔어요. 우리의 수업이 그곳에 있는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활동이라고 듣고 있다고 하더군요.
참관 후에 담당관과 회원들은 아이들이 수업시간 내내 참여도가 매우 높고 일관되었다는 것에 매우 인상이 깊었다고 합니다. 몇몇 아이들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아이들이 함께 웃고 행복해 보였다고 합니다. 아이들의 이런 보습을 보고 참관자들도 무척 감동했습니다.
Q. 그 이야기를 들으니 얼마 전 읽은 기사가 생각납니다. 세계보건기구와 2022년 FIFA 월드컵 주최국인 카타르 정부가 3년간 “Healthy 2022 World Cup – Creating Legacy for Sport and Health(건강한 2022 월드컵 – 스포츠와 건강을 위한 유산을 창조하자)”라는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발표였는데요.
이 프로젝트의 참가 기관 중 하나인 FIFA의 인판티노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 축구의 역할은 엘리트 스포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을 위한 스포츠가 되어 모두의 건강을 위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죠.
생활 스포츠로서의 국학기공이 그동안 추구해 왔던 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BE-ME가 이번 카타르 월드컵이 추구하는 비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네, 마침 아프간 난민들을 위한 우리 수업을 참관했던 담당관이 내년 월드컵을 위한 청소년 페스티벌에 참가하라고 제안했습니다. 카타르 월드컵 준비위에서는 전 세계 청소년 팀들을 초청해 이벤트를 하려고 하거든요.
축구와 스포츠를 모티브로 청소년의 자기개발과 관련된 주제들로 워크숍과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저희는 교육 부분에 공식 파트너로 참가하게 되어 지금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BE-ME가 그동안 청소년 대상으로 진행해왔던 HEROES라는 워크숍 형태의 프로그램을 기본으로 하려고 합니다.
▲ 카타르 청소년 대상의 BE-ME 워크숍인 HEROES. <출처=BE-ME 공식 소셜미디어>
이 프로그램에는 국학기공 활동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일반적인 청소년 대상 스포츠 활동과 다른 점은, 기공을 배우면서 동작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도록 한다는 점입니다.
십대 청소년들은 아직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그래서 기공의 동작들을 익히면서 그 움직임들 속에서 ‘내가 내 속에서 느끼는 내적인 장애가 무엇인지’ ‘내가 어떤 동작을 오래 지속할 때 어떤 생각들이 올라오는지’ 그리고 ‘그 동작들이 끝나고 났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이런 것들에 집중하도록 안내합니다.
Q. 뇌와 관련된 교육에 국학기공을 한다는 것이 일반적으로는 매우 생소하게 느껴질 것 같은데요.
국학기공이 경쟁하고 기량을 선보이는 엘리트 스포츠가 아니라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정신적 스포츠, 브레인 스포츠라고 받아들여졌으면 해요. 뇌교육의 철학을 실현하는 하나의 실행 방법이라고 말이죠. 내 삶을 변화시키고 가치를 높이는 도구로서 국학기공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BE-ME가 진행하는 국학기공 클래스 참가자가 했던 재미있는 말이 생각나는군요.
“나는 누워서 마사지 받는 것을 무척 좋아해요. 그런데 국학기공을 하느라 한 시간 내내 서 있는데 서 있으면서 마사지를 받는 느낌이 들어요. 그것도 내가 내 자신한테요.”
내가 한 주 동안 기분이 좋아지도록 돕는 도구, 다시 나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도구, 에너지를 충전시켜 주는 도구. 사람들은 이렇게 좀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해 기공을 활용하는 것이죠.
▲ 성인 대상 국학기공 클래스. <출처=BE-ME 공식 소셜미디어>
Q. 결국 자기개발을 위해 국학기공을 활용한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 월드컵 준비위에서 하는 청소년 페스티벌에서는 연령층이 청소년이다 보니 그 세대에 필요한 이슈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카타르에서는 청소년들, 특히 10대 청소년 남자아이들의 정신적 불안정(mental instability)에 대해 문제제기가 충분히 되고 있지 못합니다.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채널이나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출구가 별로 없습니다. 정신적 불안정으로 제가 의미하는 것은 회복탄력성이 약하다는 것, 특히 삶에서의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서적으로 불균형하다는 것도요.
카타르에서는 어른들이 아이들이 아이 답게 놀아야 할 시기에 빨리 어른이 되라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어른들조차도 어떻게 정서적으로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는지 배워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정서적으로 성숙해지는 것과 관련한 뇌 발달 메커니즘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과 또래들과의 관계를 통해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가는 능력, 이런 것들이 청소년 시기에 정서적 성숙을 개발할 수 있는 중요한 측면이라고 생각합니다.
HEROES는 매우 공동체적 성격을 가진 프로그램입니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해야 하는 활동들이고, 모든 활동들에서 사회적 측면을 가장 강조합니다.
“네가 무엇을 느끼건 오케이! 그것을 다른 친구들에게 표현할 수 있고, 다른 친구들은 그것을 수용할 수 있어.”
HEROES는 어떤 특정 활동들로 구성된 프로그램이라기 보다는, 아이들이 속해 있는 공동체에 대해, 그리고 그들의 사회적 건강에 대해 아주 단순한 진실을 깨닫게 해 주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건강은 정서적 건강에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정신적 불안정이 심각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기공은 성인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도 자신의 마음과 연결하는 채널이 됩니다. 그래서 참가한 아이들의 소감을 들어보면 ‘동작이 멋있어 보인다’와 같은 이야기 보다는 ‘매우 힘이 생긴 것 같다’ ‘자신감이 생겼다’ ‘기분이 좋아졌다’와 같은 정신적 효과에 대한 표현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동작도 멋있게 연습해서 언젠가 청소년 국학기공 시범단을 꾸리고 싶긴 합니다.
▲ 코로나19 발발 전 서울에서 열린 제7회 서울국제국학기공대회 참가 모습. <출처=BE-ME 공식 소셜미디어>
Q. 얼마 전 BE-ME에서 운영하는 소셜 미디어에 BE-NANZA라는 워크숍 소식이 게시된 걸 보았습니다. 모래사막의 해안가에서 요즘 유행하는 ‘오징어 게임’ 드라마의 복장을 하고 줄다리기를 하는 사진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어떤 행사였나요?
카타르의 자연은 물과 어우러진 사막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밤에는 시원하고요. 모래는 마치 비단과 같아서 그 위에 앉아 있거나 걸으면 정말 기분이 좋거든요. 그래서 저는 사막에 나가 보내는 시간을 아주 좋아합니다. 저는 운전을 못하기 때문에 보통 친구들을 모아 함께 가는 차를 얻어 타고 가곤 했죠.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되었을 때도 자연에 정말 나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차로 나를 데려다 주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동 제한이 완화되었을 때 아예 카타르 사막에서 할 이벤트를 기획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거죠. 내가 자연을 느끼고 싶어서.
BE-NANZA 라는 이름은 회원 중 한 사람이 낸 아이디어였어요. 직장에서 일주일 휴가를 낼 수 있게 되었을 때 여행을 가는 대신 일주일 내내 기공 수업에 올 정도로 기공 수련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일주일 내내 오는 걸 보고 제가 ‘보난자(Bonanza)!’라고 불렀어요. 보난자는 영어로 ‘노다지, 수지맞는 일‘ 이런 뜻인데, 70년대에 갑자기 유전을 발견한다든가 했을 때 “오! 보난자!‘ 라고 했었다고 해요. 우리는 그 단어에 뇌교육(Brain Education)의 첫 글자인 BE를 붙여 BE-NANZA 라고 지었죠.
▲ 세번째 BE-NANZA 워크숍 홍보 포스터. <출처=BE-ME 공식 소셜미디어>
BE-NANZA는 자연 속에서 나 자신과 만나는 뇌교육 워크숍이에요. 기공부터 진동, 자연 명상 등 뇌교육의 다양한 방법들이 들어있어요.
카타르에는 자연 속에서 즐기는 리트릿 프로그램들이 많은데요. 대부분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속에서 시간을 갖고 릴랙스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프로그램은 아주 다이내믹하고 흥이 폭발하는 활동들도 있는 반면 깊은 평화와 휴식을 체험할 수 있는 활동들도 있어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그러한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게임들도 했는데요. 깍두기라는 규칙도 소개했습니다. 약자도 소외시키지 않는 공정함의 규칙이라고. 포용성과 홍익 정신을 가진 한국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첫 워크숍은 지난 11월 이동 제한이 해제되었을 때 열렸어요. 35명이 모였죠. 그런데 미디어를 통해 회자되고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면서 그 다음에 열린 BE-NANZA2에는 65명이 모였어요. 거기에 대기자가 30명이 있었어요.
두 번째 워크숍 후 또 한 차례 이동 제한이 있었는데 다음 BE-NANZA는 언제 열리는지 계속 문의가 왔어요. 다음 BE-NANZA는 11월에 열었어요.
내가 자연 속에서 즐기고 싶어 사람들을 초대한 것이라서, 비영리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입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 이벤트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면서, 우리를 초대하고 싶다는 기관들이나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연락이 많아졌습니다. 한 회사는 직원들을 위해 BE-NANZA 워크숍을 하고 싶다더군요. 얼마 전에는 쿠웨이트에 있는 기관들에서도 연락이 왔어요. 이벤트가 가진 힘이죠.
▲ BE-NANZA 참여자들의 활동 모습. <제공=BE-ME>
Q. 긴 시간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뇌교육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BE-ME팀은 뇌교육이 가진 가치를 알리는데 많은 기술이나 방법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들만의 커뮤니티나 공동체가 있기 때문에 그들과 어떻게 융합할까, 협력할까가 관건입니다.
▲ 카타르 재단의 한 강연에서 뇌교육을 소개하고 있는 모하메드 대표. <출처=BE-ME 공식 소셜미디어>
그래서 우리는 다른 커뮤니티들을 통해 우리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우리를 초대하게 되고 거기서 부터 협력을 위한 많은 가능성들이 열리게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BE-ME와 오랫동안 함께 해 온 회원들은 우리에게 자주 다음과 같이 우리의 역할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그 말로 끝을 맺을까 합니다.
“뇌교육은 신체활동이 포함된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좀 더 포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이 나라를 변화시키는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국제뇌교육협회 김지인 국제협력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