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이 뒤죽박죽인 이유? 뇌 속에 답이 있다!

브레인트레이닝

브레인 99호
2023년 06월 02일 (금)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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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릴 집이 뒤죽박죽인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 게티이미지)


맞벌이 부부였던 A씨는 몇 년 전 회사를 퇴직하고 집 근처에 작은 카페를 차렸다. 회사 업무가 많아 제시간에 퇴근하지 못해 스트레스가 쌓였고, 가족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작은 카페이지만 집과 가까워 카페 관련 물품 주문이나 각종 세금 및 고지서 관리 업무는 집에 있는 작은 방에서 하고 있다. 아침에 아이를 깨워 학교에 보내고 카페를 연 다음 다시 집으로 돌아와 카페 관련 업무를 처리하고, 다시 카페에 나가 직원들을 챙기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 요즘 일상이다.

그가 사무공간으로 사용하는 작은 방은 원래 옷방이었던 곳이다. 그래서 방 한쪽에는 옷이 가득 걸려 있고, 바닥에는 가방과 모자, 신발이 더미를 이루며 쌓여있다. 다른 한쪽에는 잡동사니가 들어있는 큰 서랍장이 있고, 창문 아래 작은 책상 위에 노트북과 각종 서류, 고지서 등을 쌓아놓고 일한다. 

방만 그런 것이 아니다. 거실도 주방도 아이 방도 정신없이 각종 물건이 쌓여 있고, 심지어 아들의 침대에는 뭔가가 잔뜩 쌓여있어 아이가 부부와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잔다. 

카페 역시 음료를 만들고 직원들이 일하는 공간이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아 물건 하나를 찾으려면 모든 수납장을 열어봐야 할 정도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카페를 시작했는데, 카페와 집을 오가며 이전보다 더 정신없이 시간에 쫓기며 생활하고 있어 스트레스가 크다.
 

▲ <곤도 마리에 : 기쁨을 찾아라>_Netflix
 

미국의 가정을 변화시킨 곤도 마리에 열풍

위 사례는 미국에서 2021년 제작한 넷플릭스 시리즈 <곤도 마리에 : 기쁨을 찾아라>에 나오는 에피소드 중 하나이다. 전 세계적으로 정리 정돈 열풍을 불러일으킨 곤도 마리에는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이자 작가이다. 그만의 정리에 관한 철학을 담은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는 미국 전역을 돌며 강연과 워크숍을 진행했다. 특히 넷플릭스에서 곤도가 일반 가정집을 방문해 그만의 방법으로 정리 컨설팅을 해주는 프로그램이 제작되면서 현지 언론은 “곤도 마리에가 미국 가정을 변화시키고 있다”라고 평가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곤도가 인기를 얻은 데에는 물건을 정리할 때 ‘기쁨(Spark Joy)’을 느끼는지 여부에 집중하게 한 요인이 크다. 이는 물건을 정리하는 아주 간단하고 실용적인 기준으로 받아들여졌다. 무엇보다 곤도의 컨설팅에 따라 집을 정리하다 보면 고객들의 삶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출연자들은 물건을 계속 사고, 쌓아놓고, 정리가 되지 않았던 이유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스트레스와 부정적 감정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들은 물건을 정리하고 집안 곳곳에 공간의 여유가 생기는 것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며 기뻐한다. 

그들이 정리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깨우치는 것을 지켜보면 물건 정리가 결국 마음의 정리까지 이어지는 확인할 수 있다.
 

▲ 미국의 가정을 변화시킨 곤도 마리에 열풍_Netflix

우리나라에서도 지역적·환경적 특성으로 인해 이와 유사한 일들이 일어난다. 스웨덴의 가구업체 이케아가 한국시장에 진출할 때 가장 주력한 품목은 수납 관련 제품이었다고 한다. 이는 한국의 높은 인구밀도, 비싼 주택가격, 뚜렷한 계절의 변화로 필요한 물품이 많은 점 등을 고려하고, 청결과 질서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 특성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계절에 따른 필요 물품이 다양한데, 그에 비해 집의 공간은 충분치 않아 물건이 쌓일 수밖에 없는 환경은 예상대로 다양한 수납 제품의 수요로 이어졌다. 

또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긴 근로시간도 문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은 하루 평균 8.6시간을 일이나 공부에, 4.2시간을 여가활동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0퍼센트가 시간에 쫓기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으며, 이러한 스트레스는 특히 여성과 저소득층에서 더 높았다.

2020년 한국생산성본부가 실시한 또 다른 조사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시간 관리 습관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보고한 근로자의 비율이 팬데믹 이전 33퍼센트에서 팬데믹 기간에는 44퍼센트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뽀모도로 타이머’, ‘할 일 목록’ 같은 시간관리 및 생산성을 위한 온라인 도구의 사용이 증가했다.
 

결정할 사항이 많아지면 생산력과 추진력이 떨어진다

우리 뇌는 그 어느 때보다 바빠졌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막대한 양의 정보를 기억하고 챙겨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스마트폰만 하더라도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수천 장의 사진과 동영상이 저장되어 있다. 정리할 방법도 쉬이 버릴 수도 없는 것들이다. 

무엇을 알아야 하고 무엇은 무시해도 될 내용인지 가려내는 데만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게다가 해야 할 일은 더 늘었다. 가족을 돌봐야 하고, 인간관계도 유지해야 하고, 경력 관리하면서 취미생활도 해야 하고, 새로 나오는 영화와 드라마도 챙겨봐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일정을 깜빡하기도 하고, 에어컨 리모컨을 찾지 못해 수동으로 조정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고, 지난해 봄에 산 블라우스는 옷장을 아무리 뒤져도 보이지 않는 일이 다반사다.

신경과학자 캐슬린 보스Kathleen D. Vohs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결정할 사항이 과도하게 많아지면 생산력이 저하되고 추진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한다. 어떤 결정이 더 중요한지 종이에 써서 순서를 매겨보라고 하면 별 어려움 없이 해낼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뇌는 자동적으로 이런 일을 해낼 수 있지는 않다.
 

멀티태스킹은 뇌를 과도하게 자극해 생각을 뒤죽박죽으로 만든다

인간의 뇌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일을 한다. 그런데 중요한 정보와 사소한 정보를 가려내는 데 에너지를 많이 쓰다 보면 지칠 수 있다. SNS에 올라온 게시물, 카톡 메시지, 스마트폰에 깔아놓은 앱에서 보내는 알람 등을 수시로 확인할 때 우리 뇌는 어떻게 반응할까? 또 지갑을 어디에 뒀는지, 주식을 빼야 할지 그대로 둬야 할지, 세금이 마감 시한 전에 납부됐는지 등의 다양한 문제까지 생각해야 한다. 

주의력은 가장 중요한 정신적 자원이다. 주의력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 중 어떤 측면에 대처할 것인지 결정하게 한다. 이를 위해 뇌 속에서는 수백만 개의 뉴런이 쉬지 않고 환경을 감시하면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들을 골라낸다. 이 뉴런들이 모여 ‘주의 필터(Attention Filter)’를 구성한다. 

주의력 덕분에 지구상 대부분의 동물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산만해지지 않는다. 다람쥐는 도토리와 상위포식자에게만 관심이 있을 뿐 다른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사람 역시 운전할 때 옆을 스쳐 지나간 풍경을 모두 기억하지 못한다. 뇌 스스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들은 무의식에서 정보를 필터링하기 때문이다. 

MIT 신경과학자인 얼 밀러Earl Miller는 우리 뇌는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스스로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한 과제에서 다른 과제로 아주 신속하게 전환하는 것이다. 마치 저글링을 하는 것처럼 여러 개의 공을 동시에 공중에 띄워놓고 이 손에서 저 손으로 빠르게 옮기는 것일 뿐이다. 멀티태스킹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촉진하고, 뇌를 과도하게 자극해 생각을 뒤죽박죽으로 만든다.
 

▲ 결정할 사항이 많아지면 생산력과 추진력이 떨어진다. (사진_게티이미지)


정리 비법 1
뇌 확장 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우리 뇌는 수많은 기억을 종류별로 범주화하는 방식으로 저장한다. 지난주 수요일 점심때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것은 그날의 점심이 다른날과 특별히 다른 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만일 그날 직장 상사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면 메뉴를 기억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뇌는 비슷하거나 반복되는 일은 자연스럽게 필터링하고 특별한 사건만 기억으로 남긴다. 사물에 대한 기억도 비슷하다. 비슷한 사물을 하나의 종류로 묶음으로써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다. 망치, 못, 스패너 등을 이곳저곳에 보관하지 않고 하나의 서랍 안에 넣으면 일일이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스마트폰, 자동차 키, 안경 같은 물건은 어느 한 곳에 있기보다 여러 곳을 누빈다. 그러다 보니 가장 잘 잊어버리는 물품이기도 하다. 행동심리학자나 정리 전문가들은 이러한 물건들도 일정한 장소에 두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키는 신발장 위 작은 바구니에, 리모컨은 소파 옆 협탁에 항상 두는 방식으로 습관화하는 것이다. 함께 쓰는 사람이 많은 물건일수록 제자리에 두는 것만으로도 시간 낭비와 감정 소모를 줄일 수 있다. 

내일 회사에 가져가야 할 서류를 잊어버릴까 봐 밤새 전전긍긍한다면? 꼭 챙겨 나가야 할 중요한 서류가 있다면 신발장 앞에 놓아두는 것이다. 머릿속에 기억할 필요도, 메모해 놓을 필요도 없다. 내일 오후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확인했다면 아침에 우산을 가지고 나가야지 하고 생각하지 말고 현관 입구에 우산을 꺼내 둔다. 자동차 트렁크에 항상 우산을 넣어 둔다면 비가 오든 오지 않든 우산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이삼십 년 전만 하더라도 가족은 물론 가까운 지인이나 자주 가는 곳의 전화번호를 기억하거나 기록했다. 전화번호와 주소, 일정 등이 적힌 수첩은 어느 때나 늘 지니고 다녀야 하는 물품이었다. 이제는 스마트폰, 컴퓨터, 스마트워치 등이 이를 대신하며 일종의 ‘뇌 확장 장치’ 역할을 한다. 해당 일정이 되면 스마트폰이 때맞춰 알려주고, 주요한 통화내용은 녹음하면 되니 메모를 할 필요도 없다. 자신의 시간 관리는 물론 창의력과 효율을 높이고자 한다면 이러한 뇌 확장 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뇌의 부하를 줄이자. 
 

정리 비법 2
휴대폰과 컴퓨터를 완전히 차단하는 시간을 정해 원하는 것에 집중하라

끊임없이 울리는 휴대폰 알람, 컴퓨터 모니터 오른쪽 하단에 계속 뜨는 각종 메시지 등 일을 할 때 주의를 흐트러뜨리는 요인이 너무나 많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우리 뇌가 집중이 필요한 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우선 자신의 휴대전화 사용 시간을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얼마나 오래 사용하는지, 얼마나 자주 집어 드는지를 알려주는 앱을 사용하면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휴대전화 사용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오늘 아침에 올린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누군가가 ‘좋아요’ 혹은 ‘하트’를 눌러주면 우리 뇌에서는 보상 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된다. 문제는 도파민은 금방 내성이 생겨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고, 더 자주 인스타그램을 확인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 대학생 15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SNS를 하루에 30분만 사용하도록 제한한 그룹이 평소 그대로 사용하던 그룹보다 기분이 개선되는 결과를 보였다. 우울증 증상이 있던 학생들은 우울감과 고독감이 감소했다. 이는 우울한 사람이 SNS를 더 많이 사용한 게 아니라, SNS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심지어 SNS를 완전히 차단한 것이 아니라 사용 시간을 제한했을 뿐인데도 말이다. 

SNS는 소통의 도구로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싶은 사람만 팔로우하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들의 피드에 적극적으로 댓글을 남기면 소속감과 강한 친밀감이 형성될 수 있다. 혹은 휴대전화에서 SNS 앱을 삭제하고 컴퓨터에서만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효율성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이메일이나 SNS를 확인하는 시간을 정해두기를 권장한다. 또는 분야별로 계정을 따로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메일의 경우 광고나 각종 이벤트 수신용, 업무용, 개인용 이메일 주소를 따로 두고, 필요하거나 원할 때 열어보는 것이다. 최근에는 업무와 사생활을 구분하기 위해 휴대폰을 따로 쓰거나, 하나의 휴대폰에 두 개의 번호를 설정해 구분해서 쓰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하루 중 특정 시간을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으로 정해서 휴대전화를 꺼두는 것도 시도해볼 만하다. 이 시간에는 이메일 확인은 물론 인터넷 창도 열어보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이 원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특정 공간, 특정 시간을 마련해보기를 권한다. 
 

▲ 정리는 우리의 삶을 다음 단계로 이끌어준다.(사진_게티이미지)


삶을 다음 단계로 이끌어주는 정리의 힘

현대사회가 빠르고 복잡하게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0여 년도 되지 않았다. 우리 선조들은 대부분 태어난 곳에서 자라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삶을 살다 죽었다. 평생 똑같은 사람만 보며 살았기에 사회적 관계에서 대부분의 세부사항을 기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자기가 알고 지내는 모든 사람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지금 내 휴대폰에 몇 개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라.

정리는 우리의 삶을 다음 단계로 이끌어준다. 뇌는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기에 우리는 필연적으로 기존의 방식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우리 삶에서 정리가 필요한 영역들을 의식적으로 찾고, 체계적이고 주도적으로 정리를 실행할 때 우리의 삶은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 

우리 뇌의 큰 장점은 새로운 상황에 기분 좋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낡은 것을 없애면 기분이 후련해지고, 훨씬 멋진 것들로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 이것이 정리의 시작이다.

글_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 | 곤도 마리에 사진 출처_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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