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뚜껑을 연다

브레인 맵 완성해가는 첨단 뇌기능 영상화 기술들

뇌2003년2-3월호
2010년 12월 23일 (목)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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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찍는 기술, fMRI와 PET


대표적인 뇌기능 영상화 기술로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과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 등이 있다.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는 최근 가장 각광 받는 뇌 영상화 기술로 기존의 진단용 MRI에 머리 고정 장치 등의 몇 가지 하드웨어를 추가하여 쓴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사용되는 진단용 MRI는 인체의 해부학적인 단면[그림 1]만 찍는 데에 비해 fMRI는 아주 짧은 시간(100-200msec) 안에 뇌를 단층 촬영하여 활동 상황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MRI로 찍은 뇌의 각 단면사진



그렇다면 어떻게 뇌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일까? fMRI는 한 마디로 거대한 자석으로 만든 통 안에 머리를 넣은 상태에서 특정 활동시 자기장에 반응하는 뇌 속의 변화를 보여 주는 것이다. 이것은 뇌신경의 활동성을 자기공명의 신호 변화로 나타낸 후 이를 시각화하는 것으로 이때 사용되는 대표적인 기법으로 BOLD(Blood-Oxygen Level Dependent)가 있다.

즉, 신경 세포가 활성화될 때 그 주위에서 뇌 혈류량이 증가하는데 이때 활성화된 신경 세포 주위의 모세혈관에서 산소와 결합된 산화 헤모글로빈의 농도가 증가하게 된다. 산화 헤모글로빈은 자성을 띠지 않지만 환원 헤모글로빈은 자성을 띠기 때문에 그 주변에 있는 수소원자핵의 자기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기공명 촬영 시 이러한 환원 헤모글로빈의 농도 감소에 따른 수소 원자핵의 신호 변화를 영상화 하는데, 이 때 활성화된 특정 뇌 영역에 ‘불이 켜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fMRI로 나타난 뇌 활동 영상은 표시되는 영역의 오차 범위가 수 mm 이내로 작아 상당히 정밀한 결과를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fMRI로 찍은 뇌 사진을 3차원으로 재구성한 것(왼쪽) fMRI 뇌 단층사진(오른쪽)


1992년에 미국 벨 연구소의 오가와 박사팀에 의해 개발된 fMRI기법은 뇌 과학 발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fMRI가 개발된 이후 많은 연구소에서는 이를 활용한 ‘뇌 지도 작성(Brain Mapping)’ 에 더욱더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언어, 운동 기능, 감각 등 의 특정 기능에 관련된 뇌 영역[그림 2]과 뇌 신경망 구성상태가 빠른 속도로 밝혀지고 있다.

또한 뇌 질환 수술시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뇌 기능 영역을 보호하여 후유증을 예방하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다. fMRI 연구가 급속도로 발전한 이유는 PET와는 달리 방사선 동위 원소 등을 투여할 필요가 없어서 인체에 무해하며 손쉽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영상의 해상도가 높고, 촬영에 걸리는 시간이 PET의 수 분에 비해 3초 이내로 짧은 강점이 있다.

 fMRI에 비해 비교적 오랫동안 활용되어 온 PET(양전자 방사단층 촬영법)는 1975년 한국인 물리학자 조장희(美 어바인 大 교수) 박사와 위싱턴 대학의 펠프스 교수팀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뇌영상기능연구 기기이다. 이 연구로 조장희 박사는 1997년 한국인 국적으로는 최초로 미국 학술원의 정회원이 되었다.








[PET 사진] 특정 활동시 뇌 활성화영역을 찾아내는 원리 (실험군 - 대조 = 차이점)



PET는 방사능 물질이 화학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유사 포도당을 정맥 주사하여 뇌 속의 에너지 대사를 관찰하는 것으로 축적된 방사성 물질의 방출 강도 차이를 영상화한다. PET 역시 오차범위 수 mm의 정밀한 공간 분해능력이 있으며 fMRI에 비해 직접적인 방법으로 영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해석력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약의 효능을 분석하는 약품 실험에서는 PET가 fMRI에 비해 월등한 능력을 발휘하는데 그 이유는 PET는 화학 반응의 과정까지도 정확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요즈음 미국에서는 뇌 전용 PET 기기의 가격대가 낮아지고, ‘PET 전용 센터’가 상당수 생겨서 다시 PET이 많이 활용되는 추세라고 한다.


 



뇌 활동 상황을 실시간(Real time)으로 보여주는 뇌파

fMRI나 PET와 같은 뇌 영상화 기술은 뇌의 어느 부분에서 활동이 일어나는지 파악하는 ‘공간 분해능’은 탁월하지만, 촬영과 영상화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언제 활동이 일어났는지 알려주는 ‘시간 분해능’이 낮은 약점이 있다.

과거부터 오랫동안 사용되어온 뇌파 (EEG, Electroencephalo graphy) 측정은 지금도 사용되는 기술로 바로 이러한 점을 보완할 수 있다. 1928년 한스 베르거에 의해서 사람의 머리 표면에서의 전위가 처음 측정된 이후 뇌파 측정기술은 발전을 거듭하였는데, 이는 두피에 전극을 붙여 전기장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으로, 전위 변화의 발생 위치를 정확히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1000분의 1초 단위의 뇌파 변화까지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뇌파는 머리 표면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며 이것의 근원은 흥분된 신경 세포의 세포막을 투과해 지나가는 이온에 의해 발생하는 전류라고 알려져 있다. 뇌의 활동 상황에 따라 뇌파는 베타파, 알파파, 세타파, 델타파 등으로 기록된다(눈을 감고 쉬고 있을 때 나오는 것이 알파파, 깊은 수면 상태에서는 델타파가 평상시는 베타파가 나타난다).








EEG와 같은 발생 원리로 뇌 속의 변화를 계측하는 또다른 기술로 MEG(Magnetoencephalography)
가 있다. 이는 머리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의 변화를 측정하는 기술인데, EEG와 같은 높은 ‘시간 분해능’을 보일 뿐 아니라, 섬세한 ‘공간 분해능’을 보이기 때문에 차세대 뇌 영상화 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뇌 영상화 기술의 광범위한 활용으로 감정과 인지 기능이라는 인류의 커다란 수수께끼도 조금씩 풀려가고 있다.

리처드 데이비슨(미국 위스콘신 대학 뇌영상 및 행동연구소 University of Wisconsin’s Keck Laboratory for Functional Brain Imaging and Behavior 소장) 박사는 최근 <시카고 트리뷴>에서 “이전에는 접근이 거의 불가능했던 뇌의 기능들을 이런 뇌 영상화 기계를 통해 밝혀낼 수 있게 되었다” 며 “이제 감정을 한 덩어리로 보기보다 감정의 각 구성 요소를 분리하여 분석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일례로, 이제 뇌에서 감정이 처음 생성되는 과정과 일단 생성된 감정을 조절하는데 쓰이는 뇌의 기제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가령 우울증은 뇌의 한 영역에서 생긴 부정적인 감정을 전두엽 영역에서 중화시키지 못할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뇌의 전두엽은 논리, 판단과 충동 조절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뇌과학연구센터 fMRI연구소의 윤효운 박사는 “여태까지 fMRI를 활용한 브레인 맵핑이 아주 단순한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뇌의 부위만 본 것이라면 앞으로의 과제는 여러 가지 자극에 대한 고차원적인 인지기능을 밝혀내고, 궁극적으로 뇌 신경망을 밝혀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러한 인지 기능 연구에는 문화적인 차이도 많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KAIST fMRI 연구소에서는 미국 유타대와 공동으로 뇌의 영상체계 혼란 분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한글과 알파벳, 픽토그램(Pictogram, 상징화된 그림)을 인식할 때 뇌의 두뇌 반구 활성화에 관한 연구와 수면 연구 등이 이루어질 예정인데 이처럼 뇌의 고차원적 인지기능 연구에 뇌 영상화 기술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사람들은 쾌락도 즐거움도 웃음도 장난도, 또한 고통이나 슬픔도 불안도 울음도 뇌 이외에는 어느 곳에서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히포크라테스는 그의 책 <신성병(神聖病)에 대하여>에서 말했다.

이렇듯 인간 본질에 대한 아주 오래된 질문의 해답을 가진 ‘뇌’가 21세기 첨단 공학 기술과 뇌 생리학의 만남으로 이제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첨단 뇌기능 영상화 기술을 통하여 뇌 지도가 완성되고, 머지 않은 미래에 ‘뇌’의 모든 작동 기제를 속속들이 들여다보게 되길 바라는 것은 너무 성급한 기대일까?


자료 제공 | 한국과학기술원(KAIST) 뇌과학연구센터 fMRI연구소

글. 정호진 기자 hojin@powerbr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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