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조동우 교수, 기계공학과 · IT융합공학과 · 생명과학과 · 융합대학원 장진아 교수, 배미현 박사, 김정주 박사 연구팀이 실제 사람의 뇌와 유사하게 작동하는 3D 뇌 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제조 및 소재 분야 국제 학술지인 ‘International Journal of Extreme Manufacturing’에 게재됐다.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같은 뇌 질환은 한 번 발병하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예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뇌는 인체에서 가장 복잡한 장기이자, 가장 연구가 어려운 장기이기도 하다. 수많은 세포가 정교하게 연결되어 있고, 서로 어떻게 신호를 주고받는지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최근에는 일상적인 음주 습관조차 뇌세포 손상과 관련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인간의 뇌 반응을 실험실에서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는 ‘인공 뇌 모델’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용된 평면적인 세포 배양 방식이나 줄기세포 기반 오가노이드(organoid, 소형 장기 모사체)는 실제 뇌처럼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 3차원 바이오프린팅과 전기 자극을 이용한 BENN 응용에 대한 모식도 [사진=POSTECH]
POSTECH 연구팀이 개발한 'BENN(Bioengineered Neural Network)'은 마치 3D 프린터로 집을 짓듯, 뇌의 구조를 층층이 쌓아 올려 만든 새로운 인공 뇌 모델이다.
특히 실제 뇌처럼 ‘회백질’과 ‘백질’이라는 두 구역으로 나누어 구조를 구현한 것이 핵심이다. 회백질은 신경세포의 본체가 모여있고, 백질은 신경세포의 축삭들이 정렬되어 위치하는 정보 고속도로와 같은 영역이다.
연구팀은 이 구조가 실제 뇌처럼 작동하도록 전기 자극을 가해 신경세포들이 정해진 방향으로 길게 자라도록 유도했다. 덕분에 세포들이 하나의 통로를 따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실제 뇌의 정보 전달 회로와 유사한 신경망을 형성할 수 있었다.
또한 칼슘 이온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찰한 결과, BENN 모델이 실제 뇌처럼 전기 신호를 주고받는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BENN 모델을 활용해 알코올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실험해봤다. 사회적 음주 수준인 0.03%의 에탄올 농도를 뇌 모델에 3주간 매일 적용했을 때, 회백질 영역에서는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단백질(아밀로이드-베타, 타우 단백질)이 증가했고, 백질 영역에서는 신경섬유가 휘거나 부풀어 오르는 변형이 나타났다.
신경 신호의 흐름도 눈에 띄게 둔해졌다. 뇌의 영역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알코올 유발 반응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시각화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POSTECH 조동우 교수는 “이전 모델로는 관찰하기 어려웠던 신경 연결 상태나 전기 신호 반응까지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라며, “전임상 단계에서 질환을 조기에 확인하고 치료 효과를 정확히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장진아 교수는 “이제는 실험실에서도 뇌 질환의 초기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과 STEAM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