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뇌 지도 그린다

UCLA 뇌영상연구소

뇌2003년6월호
2010년 12월 22일 (수)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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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컴퓨터가 수십대 설치된 LONI의 컴퓨터실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뇌도 각자 다르게 생겼다”고 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뇌 연구소(이하 LONI)의 아더 토가 소장은 말한다.

“눈, 코, 입이 모두 있지만, 모양과 위치가 조금씩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더구나 뇌의 복잡다단한 기능을 고려한다면 뇌의 다양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것. 이처럼 뇌의 다양한 모습 때문에 뇌 질환에 걸린 환자의 뇌에서 보통 뇌와 다른 부분이 발견되었을 때, 그것이 뇌의 다양성에 기인하는 것인지 실제로 그 부위에 이상이 있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LONI는 3년 전, 인간의 3차원 뇌 지도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3차원 브레인 매핑 프로젝트가 시작된 2000년 당시 통용되던 뇌 지도는 프랑스 여성 한 명의 뇌를 기준으로 그린 것이었다. 사람마다 인종마다 뇌가 다르게 생긴 것을 고려하면 그 지도는 턱없이 부적합한 것. 게다가 뇌는 평면이 아닌 3차원의 입체이기 때문에 새로운 3D 지도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LONI는 3D 브레인 매핑 프로젝트를 위해 인종과 나라가 다른 9개국과 공조 체제를 이루어 전 세계 7천여 명의 뇌 영상 자료를 수집하였다. 수퍼 컴퓨터를 동원해 자료를 분석하고, 뇌의 평균적 모습을 산출해 내기까지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비용은 1천5백만 달러. 여러 기관에서 이 연구소를 지원하지만 그 중 정부가 부담하는 몫이 80%이다. 아직도 진행중인 3D 브레인 매핑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나이별, 성별, 인종별, 질환별로 평균적인 뇌 구조와 기능을 밝혀내는 것이다.


전 세계 7천 명의 두뇌분석








정상인(위)과 정신분열증 환자(아래)의 뇌,
표시줄에서 빨간색으로 갈수록 다양성이 큰 영역이다.



세계 과학계의 관심 속에 진행된 이 프로젝트로 지금까지 뇌과학 역사에 획을 긋는 연구 성과가 여럿 발표되었다. 주목할 만한 결과로는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 병과 정신분열증 증세를 보이는 뇌 패턴의 공통점을 분석하고, 뇌에서의 병세 진행 장면을 영상화한 것이다.

올 2월에는 살아 있는 알츠하이머 병 환자의 뇌에서 병세가 진행되는 장면을 최초로 3차원 비디오 영상으로 담아냈다. 이 자료로 의사들은 환자가 얼만큼 알츠하이머 병이 진행되었는지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연구진은 12명의 알츠하이머 환자와 14명의 건강한 노인의 뇌를 2년간 3개월마다 촬영 분석하여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연구를 이끈 LONI의 폴 톰슨 박사는 “처음에는 기억력 부분의 세포 손상이 일어나다가 점점 산불처럼 뇌 전체로 번져나가며 뇌 조직 세포를 잠식해간다”고 설명했다. 이 3차원 애니메이션은 알츠하이머 병이 기억력 영역, 감정 영역, 결국 감각까지도 순차적으로 파괴해 가지만 시각 영역 등은 보존되는 것을 생생히 보여 준다. 이 연구는 알츠하이머 병을 치료하는 신약과 예방백신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궁 속에 빠져 있던 정신분열증의 발병 과정도 최초로 밝혀냈다. 연구 결과, 환자는 회백질의 10%가 손상되는데, 먼저 두정엽에서 시작되어 전체 뇌로 확산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LONI에서 발표하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구 중 또 다른 것은 쌍둥이 뇌 연구이다. 쌍둥이의 회백질 밀도 연구를 통해 뇌의 구조와 지능이 30%~50% 정도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 특히 언어를 관장하는 전두엽 부분은 상당히 유전성이 높게 나타났다.

아동의 뇌 발달이 전두엽에서 후두엽으로 점차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밝혀 내어 교육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3세에서 6세 시기에는 전두엽 부분이 발달하고, 6세에서 사춘기까지는 언어 습득 영역이 급격히 발달한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7세에서 11세 사이에 운동 조정 영역의 뇌 세포 밀도가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 이를 통해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는 것은 나이가 들면 어려워지는 것이 설명된다. 이는 더 이상 필요 없는 뇌 세포를 가지치기 하듯 없애고,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새롭게 뇌를 정비하는 작업이라고 한다. LONI의 연구진은 뇌의 외관이 다 성장한 청소년기에도 뇌의 내부는 꾸준히 발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하여 반향을 불러 일으켰었다.


정신분열증 발병과정 최초로 밝혀

인간 지놈 프로젝트가 완성됨에 따라 뇌과학 분야도 큰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LONI에서는 그래서 뇌를 스캔하는 사람들에게서 혈액 샘플을 받는다. 유전형이나 지놈 프로젝트와 연관된 쌍둥이 연구도 깊이 있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언제쯤 뇌 지도가 완성될 것 같으냐는 우문에 토가 소장은 “우리는 뇌 지도가 완성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갈수록 뇌를 좀 더 상세히 설명할 수 있을 뿐”이라며 “뇌는 다중 모델이기 때문에 그 컨텐츠는 항상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고 답한다. 어쩌면 뇌는 히말라야보다도, 해저 2만 리보다도 정복하기 어려운 곳일지 모른다. 그러나 뇌 연구자들이 겸허한 마음으로 한 걸음씩 다가갈 때, 무한한 컨텐츠를 가진 우리의 뇌는 자신을 조금씩 열어서 보여 주지 않을까.

웹사이트│http://www.loni.ucla.edu
자료제공│LONI (Laboratory of Neuro Imaging, UCLA )
글│정호진
hojin@powerbr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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