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에서 절이 된 길상사, 세상을 힐링하다

[김양강양의 서울에서 여름나기] (1) 성북동 이야기 - 길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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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산방에서 전통 차를 마시고 심우장을 거쳐 서울 성곽을 보고 내려온 김양과 강양은 그야말로 '떡'이 되었다. 떡은 사람이 될 수 없지만 사람은 떡이 될 수 있더라. 경험자로서 하는 말이다. (수연산방과 서울 성곽 이야기는 오는 28일 기사를 통해 만날 수 있다)

김양강양이 첫 취재를 나선 것은 지난 7월 4일, 후텁지근한 날씨는 80이 넘는 불쾌지수를 자랑했고 오르막과 내리막뿐인 성북동에서 김양과 강양은 처음에 했던 약속 하나를 깨기에 이른다. 성북우정공원에서 택시를 잡아탄 것이다.

 



'문명의 이기는 이용하라고 있는 것이다' '미련하게 걷다가 길상사도 못 가서 쓰러지느니 돈 좀 쓰는 게 낫다' '이 먼 길을 어떻게 걸어가려고 했었던 거냐' 등등 창밖 풍경 쳐다보랴, 이야기하랴 한참 바쁘다 보니 어느새 길상사에 도착했다. 택시비는 기본요금이었다.
그렇다. 아닌 척하고 싶지만 가까운 거리였다.

입구에 도착하니 예쁜 글씨체의 간판이 담장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길상사' 푸르름 가득한 도심 속 도량에서의 이야기를 펼쳐 본다.

가장 세속적인 요정 '대원각', 모든 이를 안식하게 하는 '길상사'로 다시 태어나다

길상사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삼청각, 청운각과 함께 우리나라 최고 요정이었던 '대원각' 자리에 세워졌다. 세속적인 것의 극에 있는 요정이 세속을 벗어난 것의 극에 있는 절이 되었다. 그 묘한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1951년으로 간다.

 


▲ 꽃 덤불이 사라지는 계절이 오면 길상사가 있기 전 자리했던 최고급 요정, '대원각'이 쓰여진 문이 보인다.


시인 백석의 연인으로도 유명한 김영한은 16살의 나이에 '진향'이라는 이름으로 조선 권번에서 전통 기생 교육을 받은 여인이다. 잡지에 수필을 발표하는 등 미모와 시 글 춤 노래 등 다재다능한 기생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그녀는 1951년 당시로써는 큰 돈인 650만 원에 현재의 길상사 땅을 사들인다. 이는 '대원각'이라는 이름으로 당시 막강한 권력 실세들이 자주 찾는 최고급 요정이 되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1987년 김영한은 미국 LA에 설법하러 온 법정 스님을 만나게 된다. 이 첫 만남에서 그녀는 법정스님에게 대원각을 시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누구나 와서 마음의 평안을 찾는 곳이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생을 '무소유'를 화두로 살아온 법정 스님은 그녀의 제안을 단칼에 사양한다.

그렇게 10여 년 간 이어온 김영한과 법정 스님의 실랑이(?)는 결국 1996년 김영한의 승리로 끝이 난다. 7천여 평의 대지에 40여 동 건물로 이루어진 대원각은 당시 시세만으로도 1,000억 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재산이었다. 법정 스님은 절 이름은 스님이 김영한에게 지어준 법명 '길상화(吉祥華)'를 따서 만들고 땅과 건물은 모두 대한불교 조계종 종단에 편입시켰다.



요정에서 절로 새롭게 태어난 곳인 만큼 길상사는 독특하다. 보통 절에 가면 있는 대웅전이 없다. 대신 극락전이 있다. 극락전은 길상사의 본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극락전 뒤로는 다닥다닥 별채들이 겹겹이 이어져 있다. 요정이었을 때 사용하던 곳으로 추정해 본다.


무엇보다 도심 속에 자리한 절이다 보니 오가는 이들의 안식처로 널리 활용된다. 꼭 불자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누구든 들어와 큰 나무 그늘에서 땀을 식히기도 하고 함께 온 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개울도 흐르고 다리도 있고 화려한 색깔의 꽃들도 피어 있다.

글·사진. 강천금 기자 sierra_leon@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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