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슬로우 여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나미나라공화국, 남이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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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상아! 둔상아!"

내 기억 속 남이섬은 드라마 '겨울연가' 속 최지우의 '둔상이(배용준 역)' 뿐이다. 그녀의 짧은 혀 덕분에 드라마에서 보여준 아름다운 남이섬의 풍경은 머릿속에 하나 남아있질 않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흘러 10년이 지난 2012년 여름 느닷없이 찾은 남이섬. '둔상이'는 없지만 겨울연가 이후 곳곳에서 소개되어온 예쁜 메타세쿼이아길은 그대로였다.

오전 9시 30분 서울 잠실역에서 남이섬으로 1시간 만에 바로 가는 왕복 15,000원 버스를 타고 도착한 나미나라공화국에서는 '짚와이어'가 나를 맞이했다. 위용도 당당하게 서 있는 짚와이어, 무려 38,000원이라는 이용금액에 주춤했지만 '내가 또 언제 타보겠느냐'며 호기롭게 들어섰건만 들려오는 경쾌한 한 마디. "오늘은 운행 안 해요."

"헐" 하고 돌아서면서도 내심 '다행이야'라고 생각하며 대신 가평나루에서 남이섬, 나미나라공화국으로 들어가는 배를 타기로 했다. 배는 누구나 탈 수 있다. 단, 나미나라공화국으로 들어갈 때 입장료 10,000원을 내야 한다. 중고생이나 초등학생 이하 단체, 국가 유공자 본인, 외국인관광객 등은 할인이 있으니 체크해볼 것. 참, 차를 갖고 오면 주차요금이 하루에 4,000원이다.

나름 매력적인 외관의 배를 타고 나미나라공화국으로 들어가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짚와이어를 타고 들어가면 1분 40초 만에 가평나루에서 남이섬에 도착한다. '와우 빠르다!'하고 놀라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배를 타도 5분 이내에 도착한단다.

드디어 나미나라공화국 입국 완료. 가평나루에서 들고 온 나미나라공화국 지도를 펼쳐 든다. 심플하다. 나미나라공화국은 길쭉하게 빚은 반달 송편 모양이다. 배가 내리는 북쪽 남이나루에서 남쪽으로 직선 길 하나를 두고 좌우로 갈림길이 나 각종 볼거리, 쉴거리, 먹을거리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일단 눈길을 끄는 것은 길게 늘어선 '중앙잣나무길'. 7월 중순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평일 오전이건만 사람들이 꽤 많다. 어쩔 수 없이 사람이 나오지 않는 고즈넉한 잣나무길 사진찍기는 포기한다. '우와' '우와'를 연발하며 걸어가다 보니 왼쪽에 '나미나라중앙은행'을 보고서 순간 '아, 내가 외국에 왔구나(?)'를 실감했다. 

10시 반이 조금 넘은 시각에 입국(?)한 나는 배가 고파졌다. 아침도 다 먹고 이 시간에 배고프다는 건 아니니 놀라지는 않는 걸로. 중앙은행을 지나면 바로 나미나라공화국의 번화가가 나온다. 고목식당을 지나 섬향기식당, 푸드코트, 평화랑 한식당, 밥플렉스까지. 한식 중식 일식 이탈리아식 등등 나미나라공화국 사람들은 나름 취향이 다양하다. 원하는 대로 골라 잡수시라.


▲ 평화랑 한식당에서 마신 곡차, '남이농주'. 만드는 건 경기도 포천이지만 이래 봬도 나미나라공화국 지정 쌀막걸리다. 배고픔에 먹느라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이 집에서 나는 '미니찜닭 순한맛'을 먹었다. 주변의 평가에 따르면 '미니찜닭 매운맛'은 정말 시간이 지날수록 중독되는 맛으로, 서울에 오고 나니 남이섬이 그리워지더라고 한다.

밥을 먹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여볼까. 번화가 밥집에 유흥가가 빠질쏘냐. 밥을 먹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면 나미나라공화국 최고의 유흥거리, 자전거가 눈에 들어온다. 하늘자전거, 전기자전거, 나마이카 등이 있으나 비싼 건 안타는 걸로. 밥도 먹었겠다 자체 발전기로 타는 자전거를 선택했다. 30분 대여하는데 5,000원이다. 2인용도 있고 3~4인이 탈 수 있는 가족용도 있다.

말할 것도 없이 1인용 자전거를 뽑아 타고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나미나라공화국 교외 투어에 나섰다. 곡차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보겠노라 홍익인간이 된 얼굴로 호기롭게 음주(?) 자전거 투어를 시작했다. 번화가를 벗어나 겨울연가 첫 키스 장소도 가보고 갈대숲길을 따라 남이섬을 둘레를 돌았다. 갈대숲길부터 창경원도 가고 별장마을 잣나무길도 갔다가 메타세쿼이아 군락지도 들렀다가 강변산책로를 주욱 따라 내려갔다. 보슬보슬 내리는 비 맞으며 안개 자욱한 강도 바라보며 머릿속은 텅텅 비고 마음은 시원하다.

한참을 달리고 나니 도착한 곳은 남이나루. 남이나루는 아까 배타고 내렸던 거기. 자전거 빌린 시간을 생각하고 보니 섬 한 바퀴를 자전거로 도는 데 걸린 시간은 20분. 보슬비에 곱게 5대 5 가르마가 된 머리를 정리하고 빗물에 번져 팬더가 된 눈을 정리하고는 당황스러운 마음을 추스렸다. '곡차 덕분에 연비가 좋아져서 자전거를 쌩쌩 달렸기 때문일 거야'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이젠 좀 더 찬찬히 나미나라공화국을 뜯어보기로 했다.

곡차의 기운을 음주 자전거 운전으로 다 날려보내고 걷기 시작하니 이제서야 이곳저곳이 보이기 시작한다. 남이도예원, 허브체험, 유리공방, 이슬정원, 호텔정관루, 환경농장까지. 어느 곳 하나 사람 손길 닿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아기자기하고 정성스러운 곳이다. 그뿐이랴. 아직은 초록빛이지만 호젓하게 은행나무길을 걷노라면 '둔상이'가 없어도 여기가 바로 지상 낙원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오후가 되어 비가 그치고 해가 드니 갑자기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오후에 들어오는 관광객들 중에는 양손 무겁게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오는 이들이 많았다. 나미나라공화국 국립호텔인 호텔정관루는 본관과 콘도별장 등이 있어 자유롭게 취사도 할 수 있다. 방이나 별장의 크기도 디자인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요즘 같을 때에는 1박 후 이튿날 아침 강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보며 산책하는 묘미가 끝내준다고 한다.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둔상이' 욘사마(배용준) 덕분에 일본인 관광객이 어마어마하게 몰렸던 나미나라공화국에는 요즘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에서 오는 관광객이 급증하는 추세란다. 그래서 인지 기념품 가게에는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동남아시아에서 온 점원이 있었다. 계속 모집 중이라고 했다.

밀려드는 인파를 뒤로하고 나미나라공화국을 떠나는 배를 탔다. 남이나루에서 멀어지는 배를 보며 서 있는 인어공주상이 아련하다. 햇볕이 쨍쨍하게 드는 하늘을 보며 짚와이어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자 '배타고 나가서 다시 짚와이어 타고 들어갔다가 배타고 또 나오라'고 강권한다. 뭘 그렇게까지야.

다시 올라탄 서울 잠실행 셔틀버스. 셔틀버스는 오후 3시 30분부터 탈 수 있고 오후 4시가 되면 출발한다. 그 버스 못 타면 집에 어떻게 가느냐 걱정 마시라. 인근 가평역까지 택시로 3,000원 이내에 갈 수 있다.

✿ 남이섬 여행 포인트

혼자 가지 말자. 20분 만에 자전거로 한 바퀴 돌고 나면 주변의 커플, 가족들 덕분에 괜히 심심해지고 쓸쓸해진다. 남이섬 여행은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하는 걸로.

글. 강천금 기자 sierra_leon@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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